얼마전 김건모의 새 뮤직비디오 촬영 때문에 부산에 갔었다.
요즘 부산하면 영화 부터 떠오르는데 실제로 부산에 가보니 열기는 과연 엄청났다. 부산 사람들은 두 명 이상만 모이면 ‘친구’ 얘기를 화제로 삼거나 대사를 흉내내며 아주 난리였다. 아직도 는 극장에서 계속 매진되고 있었다.
해운대의 밤바다에도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보다도 “친구야∼”를 외치는 남자 무리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누군가 유오성, 장동건이 영화 흥행 성공에 대한 답례로 부산에 내려와 극장에서 사인회와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고 하길래 장동건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봤다.
장동건은 대뜸“부산이가? 내는 지금 서울이다. 무대 인사만 하고 스케쥴 땜에 올라와뿟다”고 했다. 요즘도 장동건은 극 중 ‘동수’의 부산 사투리를 즐겨 쓴다.
뮤직비디오 촬영이 끝나고 안재욱, 김건모와 스태프들은 포장마차를 찾았는데 이 자리에서도 단연 ‘친구’가 화제였다. 다들 어설픈 부산사투리로 의 대사를 흉내내면서 술을 마셨다.
연예계의 소문난 주당 중 한명인 안재욱은 소주잔을 들고 “쭈∼욱, 한잔 빨아삐리뿌∼”하며 말도 안되는 부산 사투리로 술을 권했고 김건모도 개그맨을 능가하는 유머 감각을 ‘부산 버전’으로 바꿔서 사람들을 웃겼다.
그런데 갑자기 건장한 청년 몇 명이 김건모와 안재욱을 향해 다가오는 것 아닌가. 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혹시 어설픈 부산 사투리와 농담이 부산 청년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던 것이 아닌가 재빨리 기억을 더듬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험악하게 생긴 청년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김건모씨, 안재욱씨. 팬인데예, 사인 한 장만 해 주이소.”외모와 달리 아이같은 표정으로 간드러지게 말한 청년들은 사인을 받고는 좋아라하며 사라졌다.
부산은 전국의 도시 중 가장 영화 촬영에 협조적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여건이 좋다는데 과연 그랬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 도시답게 정책적으로 영화 산업을 적극 장려, 육성하려는 정책 덕분이다.
영화 을 부산에서 한창 찍고 있는 장선우 감독도 야간에 4차선 도로를 막고 밤샘 촬영을 하도록 해 준 부산 경찰의 배려로 별 어려움 없이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김건모 뮤직비디오 촬영 때도 부산시는 하루만에 촬영 허가를 내줬고 부산대도 넓은 캠퍼스를 주저없이 빌려줬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이해와 도움도 컸다. 이번 촬영때도 자갈치시장 상인들은 생업에 지장 받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촬영에 협조해 줬다.
요즘 유오성과 장동건이 영화 의 분위기로 찍은 모 CF에는 포장마차가 등장한다. CF속 포장마차 할머니는 실제로 연예인들이 많이 가는 강남의 유명한 포장마차의 주인이다. 친절했던 자갈치시장 상인과 열기로 뜨거운 부산을 떠올리며 기왕이면 해운대의 포장마차에서 실제로 찍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김 영 찬(시나리오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