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가 딜레마에 빠졌다.
이달 말 열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앞두고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히딩크.
빅리그인 세리에 A에서의 후보보다는 벨기에 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매경기 실전감각을 쌓고 있는 설기현을 선호한다는 그가 12일 이탈리아에서 날라온 낭보를 듣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상승세를 유지하며 대표팀 탈락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 안정환은 우디네세와의 경기에서 전반 25분과 47분에 골을 성공시켰기 때문.
게다가 굿패스를 15개나 기록하면서도 실책이 없었다는 부분은 더욱 히딩크를 압박해왔다.
안정환이 완전히 이탈리아 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자 대표팀 탈락에 더욱 반발하고 나선 것은 팬들.
히딩크가 지적한 실전경험의 부족은 물론 아시아 선수로 이탈리아 무대에서 한 경기에 두 골이나 성공시키는 등 빼어난 플레이를 펼치고 있으니 대표팀에서 탈락시킬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히딩크가 지적한 부분들을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안정환은 이번 대표팀에 다시 합류시켜야할까?
대답은 절대 NO.
팬들이나 축구관계자들은 대승적인 견지에서 안정환의 차출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이제 막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안정환.
특히 페루지아는 리그 9위를 기록하면서 유럽 양대 클럽대회의 하나인 UEFA(유럽축구연맹)컵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남은 4경기에서 안정환의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팀이 UEFA컵에 출전한다면 안정환 개인에게도 커다란 경험과 긍지를 심어주게 된다.
물론 선수로서 한단계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
눈앞에 닥친 컨페더레이션스컵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 막 자리를 잡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려는 시점에서 국제대회를 이유로 그를 불러들일 이유는 하등에 없다.
우리가 그를 유럽으로 보낸 것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원한 것이었고 지금의 안정환은 우리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해가고 있다.
게다가 우리에게 황선홍, 최용수, 김도훈 등 걸출한 스트라이커들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눈앞에 승부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좋은 선수로 성장해주길 바라는 것이 '월드컵 16강'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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