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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후추인]심판의 권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입력 | 2001-05-15 14:07:00


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 파라과이와 이라크의 경기였습니다.

전반전 45분 경과후 인져리 타임(Injury time)중 이라크가 코너킥을 얻었지요.

누구나 그 공격을 끝으로 전반이 종료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어지는 이라크 선수의 코너킥. 공이 빙글 허공을 돌아 문전에 버티고 있던 이라크 공격수의 머리에 맞는 순간 주심의 종료 휘슬이 길게 울렸습니다. 공교롭게도 공이 골대안으로 빨려들어 가기 직전이었지요.

그게 골이되면 동점상황.

관중의 함성에 뭍혀 주심의 종료휘슬을 미처 듣지 못한 일부 선수들이 자축 파티를 시작할 무렵, 골 사인(Goal sign)이 없음을 알아챈 다른 이라크 선수들은 득달 같이 달려가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후 몇 분간 경기장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분노한 이라크 선수들 분명 이랬겠죠.

"지금 장난하냐?"

간신히 사태가 진정되고 후반전까지 치룬 그 경기는 결국 파라과이의 1:0 승리로 끝이납니다. 이 후로 이라크에서는 당연히 난리가 났지요. 축구 약소국의 설움이라면서 당시의 주심을 FIFA 상벌위원회등에 제소하고 국제적으로 여론을 형성 재경기를 시도 하려고 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눈물겨운 분투에도 불구하고 피파는 냉정하게 이의를 기각시켜 버렸지요.

이유는? 인져리 타임중 경기의 종료여부는 절대적으로 주심의 고유권한 이기 때문이라네요.

안양과 수원 그리고 임종호 주심...

지금의 상황과 한치오차도 없이 닮은 꼴이라는 생각입니다.

우선 여기가 미국이고 전 그 경기를 본 장본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먼저 밝힙니다. 다만 여러 매체의 보도와 연맹의 게시판 그리고 경기장에서 직접 모든 상황을 지켜본 지인들을 통해 얻은 꽤나 신뢰로운 정보에 입각해 있다는 사실 만큼은 참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 나름대로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첫번째

심판, 지혜롭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결코 잘못하진 않았습니다.

왜?

앞서 언급한 월드컵 본선에서의 사례에서 처럼 '인져리 타임중 경기의 종료여부' 는 주심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잔여시간을 계측한 진행요원의 싸인을 무시한 채 전광판 시계에 맞춰 휘슬을 불건, 자기 손목시계의 시간보다 몇분을 더 계산에 넣어 지리하게 끌다 경기를 끝내건 그건 한마디로 '지맘대로' 입니다. 적어도 경기중 그는 아무에게도 간섭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지 아무리 대통령 아들, 아니 그 할아버지가 뛰는 팀의 골찬스에서라도 자기가 끝내고 싶으면 끝내는 겁니다.

공격권을 가진 팀의 마지막 공격만큼은 에누리없이 지켜본 후 호루라기에 주둥이를 갖다대는게 상례라고는 하지만 그건 그냥 관례일 뿐입니다.

제재력? 없습니다.

때문에 경기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얼빵한 새가슴 종료휘슬 한방으로 그를 죽일X 취급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상대팀(삼성)과의 특정한 거래에 의한 봐주기 였다면 철퇴를 맞아 마땅할 일이나 그 또한 사실여부가 만천하에 공개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그를 죄인 취급할 수 없습니다. 아니 절대 그래서는 안됩니다.

두번째

선수들,

잘못했습니다. 오히려 그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선수들과 그 수장인 감독의 몫입니다.

누군가 어이없는 판정을 한 주심을 (슬쩍)밀친선수에게 벌금등의 징계조치는 부당하다고 하셨군요.

이는 서포터들의 팀사랑에 입각한 견해이니 일면 이해는 가지만, 또 최근의 판정시비에 얽힌 일련의 심판 불신풍조와도 맥을 같이하는 바라 수긍하는 바도 크지만 그래도 안될 말입니다. 프로리그 심판 제대로 하는 꼴을 못 봤으니 싸잡아서, 지난 경기들의 불만들까지 소급해서 적용시키려는 세태 또한 마녀사냥에 다름 아닙니다.

그 경기는 그 경기의 것들만으로 판단되어야 합니다.

정도로 제한해야 할 것입니다.

축구판에서 선수가 심판의 권위에 복종해야함은 현행법에 버금가는 명백한 룰(Rule)입니다. 아무리 경기를 말아먹는 판정을 밥먹듯 해대는 한심스런 심판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경기중 물리적 가해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명백한 '오심' 이나 합당한 '불만'이 있음 경기 후 수순을 밟아 제소를 하면 될 것입니다. 그 다음은 헤드쿼터인 연맹의 몫이겠지요.

물론 한 바탕 소송이라도 걸고 싶은 진짜 '원흉'은 연맹이고 그들이 과연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일처리를 해 줄지 역시 미지수지만 어찌됐건 주어진 원칙을 따라야 할 것 입니다.

그저 살짝 밀었을 뿐 별다른 악의는 없었다는 변명 역시 궁색할 뿐입니다. 그건 누가뭐래도 폭력입니다. 따라서 가해자들은 철저히 발원색출 책임추궁을 해야할 것입니다. 사태를 방치한 감독 역시 그 책임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는 국제축구계의 냉엄한 원칙이기도 합니다.

십수년전 국제경기에서 남의 나라 심판 두드려 패다가 왕따 당한 곤조의 우리 북한...

분명 좋은 그림은 아니었습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경기장 내의 폭력,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그건 결코

있 을 수 없 는 일 입 니 다.

심판...

무작정 수입해서 쓸 수 만은 없는 노릇이고 무슨 묘안이 있어야 할 텐데,

먼저 권위를 세워줘야 부담없이, 사심없이 잘 할 것인지...

눈에 쌍심지를 켜고 감시에 질책을 더해야 잘 할 것인지...

사실 저는 아직도 뭐가 옳은지 잘 모릅니다.

다만 한가지,

우리가 임은주라는 판관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고비마다 좋은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공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소 지나쳐 보였던 그녀의 퇴장선언에 멋지게 승복하고 필드를 떠났던 안정환의 뒷 모습이, 웃는 낯의 주심에게 발길질을 해대던 박종환 감독의 그것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였다는 사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요.

님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자료제공 : 후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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