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경고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의 2단계 전당대회론과 당권 대권 분리론 파문은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여권의 내부 사정이 워낙 복잡해 조만간 다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가 고심하고 있는 것도 갈등의 해소가 아니라 최소화 방안이다.
▽경선 후 분열 가능성〓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의 97년 대선후보 경선 상황에 빗대 ‘신(新) 9룡(龍)’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현 여권 내에도 대선 예비주자들이 너무 많다. 또 면면도 다양하다. 구여 출신과 구야 출신이 뒤섞여 있고, 영남 호남 충남 중부권 등 지역적 지지기반도 상이하다. 남궁진(南宮鎭)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민주당에 계파는 없지만, 잠재적 대권후보들마다 성향이 달라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면 당력 결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
그뿐만 아니라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선후보 경선 분위기가 과열될 경우 경선 탈락자의 탈당 등으로 당이 쪼개지는 최악의 상황도 상정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선 예비주자 진영에선 벌써부터 “민주당의 정통성을 대표할 수 없는 사람이 대선후보가 될 경우, 다른 사람은 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분열 방지 대책을 찾아라〓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에선 이질적인 대선 예비주자들의 역량을 어떻게 하면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한 모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역할분담을 통해 대선 예비주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분열을 막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견해가 많다. 일각에선 내년 6월 지방선거 때부터 대선 예비주자들이 역할을 분담하도록 하되, 일부 주자에겐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등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를 맡게 하고 나머지 주자들이 대권과 당권을 나누는 식의 구체적인 분담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동교동계의 당권장악 음모라는 오해를 받기는 했지만 당권 대권 분리론도 원래는 그런 맥락에서 구상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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