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대하사극 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원래 우리나라 여자들이 기가 센 건지, 독한 건지, 올림픽을 나가도 남자 선수들보다는 여자 선수들이 돋보이고, 외국 유명대학에 수석으로 붙었네, 졸업하네 하는 사람도 대부분 여자들이다. 이상하다구? 를 보면 오늘날 한국 여인들의 선전이 다 나름의 전통과 역사의 결과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다.
한없이 이쁘다가도 무섭게 요사스러워지는 강수연과, 차가운 중전마마 전인화,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지 맨날 “메이야!”를 외치는 도지원 등 의 여인네들은 천하를 호령할 만큼 배짱 두둑하고 머리도 엄청 좋다. 한마디로 끝내주게 잘났다. 그런 여인들의 후손이니 우리나라 여자들이 잘나가는 것도 당연지사다.
반면 의 남자들은 “어째 저 모양일까?...”싶을 정도로 모자란다. 우선 중종. 한 나라의 임금님인데 조정의 신하들 말보다 엄마랑 마누라 말에 더 좌지우지 된다. 늘 괴로워하는 얼굴이지만 뭐 하나 딱부러지게 결단을 내리는 것 같지도 않고, 이 여자가 뭐라 그러면 “그래...” 저 여자가 뭐라 그러면 “그렇소?...”한다. 그야말로 원조 '마마보이'.
임금님이 그 모양이니 신하들은 더 말해 무엇하리. 경빈의 수족이 된 남곤과 심정을 보자. 오늘날로 치면 고시 패스해서 최고위직까지 올라간 엘리트 관료들인데, 늘 한 치 앞을 못 보고 바보짓이다. 매번 목청 높여 큰소리치다가 뒤통수 맞고 씩씩거린다. 이 두 남자에 비하면 경빈은 천재다. 방안에 얌전히 앉아 세상 돌아가는 걸 빤히 알아보니 말이다. 경빈이 소리소리 지르며 두 아저씨를 혼낼 때는 보기에도 안쓰럽다.
난정이의 남편이 될 윤원형 네 집도 마찬가지. “그 똑똑한 문정왕후와 한 핏줄 맞아?”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멍청한 아빠와 오빠들…. 말 잘하는 며느리 앞에서 매번 망신살이다. 집 안에선 아내에게 훈계 듣고, 집 밖에선 난정이에게 한 수 배우느라, 윤원형 머리깨나 아플 것 같다. 이거야 한마디를 하면 열마디가 나오니 (그것도 다 옳은 소리만) 어찌보면 꽤나 피곤한 인생이다.
에서 그나마 제 몫을 하는 남자는 조광조와 길상이 정도. 나머지 아저씨들의 우유부단함은 아줌마들의 번뜩이는 잔머리에 비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그래서 가 아줌마들한테 인기가 좋은가?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 수시로 등장하는, 멍청해서는 남자들한테 이용당하고 눈물 질질짜는 여자들 대신 잘났다는 남자들에게 불호령 내리는 대단한 여자들이 나오니까.
하지만 좀 걱정이다. 우리나라 남자들,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거 유전은 아닐까? 요즘 잘났다고 정치하는 아저씨들도 의 아저씨들보다 나아보이진 않던데…. 아, 문정왕후나 난정이처럼 똑똑한 여자들이 나설 수 밖에 없겠다. 여, 다시 오라~
조수영 sudatv@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