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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안영희/표본관 설립해 산림생물 지키자

입력 | 2001-05-16 18:27:00


지구상에서는 끊임없이 많은 생물종이 탄생하고 멸종한다. 인간은 자연에 영향을 주는 존재가 되기에 이르렀지만 자연과 조화를 꾀하지 못한다면 자연에 의해 멸종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자연의 기본은 다양한 생물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생물종의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생물자원은 인류가 처한 질병, 식량문제, 환경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를 발휘할 기회도 없이 사라져가는 생물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한번 사라진 생물들은 다시는 지구상에 되돌아오지 않는다.

생물종 가운데 기초가 되는 것은 식물이다. 식물은 인간을 비롯한 다른 생물의 생존 기반이 되고 생활에 밀접하게 관여한다. 한국은 기후 지형 토양 등 자연조건이 온대성 식물의 생육에 적절해 좁은 국토면적에 비해 많은 식물 종이 자생한다. 즉, 종의 다양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과거 우리는 자생 식물자원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해 소홀히 취급한 것이 사실이다.

5000종에 가까운 우리나라 자생식물은 대부분 약용으로 이용되며 식용, 관상용, 기타 공예작물로 다양하게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일찍부터 여기에 눈을 뜬 선진국들은 한국의 식물자원을 대량으로 반출해간 역사가 있다. 심지어는 이렇게 나간 식물이 비싼 경제작물로 탈바꿈하여 역수입되는 현실도 종종 있다.

21세기에는 생물 관련산업이 각광을 받으리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생식물은 귀중한 국가자산이 된다. 실제로 새로운 품종의 식물 개발과 자생식물을 이용한 신물질의 추출 등은 이미 널리 이용되고 있다. 더우기 생물공학적 방법으로 유전자를 조작한 결과물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지적재산권을 인정하고 있는 추세이다. 선진국은 이를 위해 경쟁적으로 생물 종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에야 생물자원의 가치를 깨달은 개도국들은 생물자원 주권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를 산림생물자원 전쟁 으로 표현한다. 대부분의 유용 생물자원이 산림에 서식하기 때문이다.

생물자원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한국도 산림생물자원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늦었지만 정부는 1999년 국립수목원을 개원하고 대규모 연구를 수행하여 자생식물에 대한 개발과 보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사업 및 연구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산림생물 표본관 설립이 시급하다. 국내에 자생하는 식물의 기준표본을 보기 위해 일본, 미국, 영국의 표본관을 드나들고 새로운 식물을 육종하기 위한 종자를 구하려고 전국의 산야를 헤매고 다니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 자생식물 연구개발의 첫발은 떼었다. 이 시점에서 유용한 자생식물에 대해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관련 자료 및 유전자원을 한 자리에 모아둔 제대로 된 산림생물 표본관 을 시급히 건립할 것을 제안한다.

안영희(중앙대 교수·원예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