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80년대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 등으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양승규·梁承圭)는 지난해 10월 위원회 출범이후 접수된 의문사 진정사건 78건과 직권조사 5건(제보사건 2, 옥중사망사건 2, 삼청교육대 사망사건 1) 등 총 83건을 조사중이다.
위원회는 그동안 재야지도자 장준하(張俊河)선생이 70년대 중반 등반도중 변사체로 발견된 경기 포천군 이동면 소재 약사봉에 대한 항공촬영을 실시했고,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다 숨진 최종길(崔鍾吉) 전 서울대 법대교수의 동생(당시 중앙정보부 직원)으로부터 증언을 듣기도 했다.
조사관 53명이 거의 6개월간 진상규명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까지 의문사의 진상이 밝혀진 것은 한 건도 없는 상태.
다만 국가 기관원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한 당시 대학생인 신영수씨는 사고사로 판명됐고, 행방불명자로 신고된 박태순씨는 행려사망자로 변사처리된 것이 확인돼 공권력의 개입여부를 조사중이다. 또한 배중손씨는 가족들의 요청으로 조사가 중지됐다.
조사가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데는 의문사의 대부분이 70, 80년대에 일어나 증거 자료가 없어지거나 훼손된 데다 사건 관련자나 목격자들이 제대로 입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
더구나 참고인의 불출석 및 허위진술 등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고 조사기간도 모두 9개월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관련자의 제보와 양심선언을 유도하기 위해 범국민적인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결정적인 정보와 증거를 제공한 사람에게는 5000만원까지 보상을 실시하고 의문사와 관련한 죄가 있더라도 자수하면 형이 경감 또는 면제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알리고 있다.
위원회는 또 조사기간 3개월 연장과 조사대상자의 불출석 및 허위진술시 형사처벌 등 법개정을 추진중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과거청산을 위한 의문사 진상규명작업이 실효를 거두려면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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