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법은 앞서가고 의식은 따르지 못하는 상황이죠. 갈 길이 멉니다.”
올해로 개소 10주년을 맞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영애(崔永愛·50) 소장은 이 상담소의 공적에 대해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특수명사에서 일반명사로 바꾼 것”이라고 16일 말했다.
‘성폭력’이란 단어조차 낯설던 91년 상담소를 개소한 이후 10년간 성폭력과 관련된 우리 사회 환경은 크게 변했다. 이 상담소에서 이뤄진 상담은 모두 3만1381회에 이른다.
“초창기 상담을 해보니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70% 이상인데다 어린이 피해가 31.1%를 차지하고 있어 그 심각성을 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전개했죠.” 상습 성폭행을 해온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사건과 서울대 우조교 사건 등이 그가 가장 잊지 못하는 사건이다. 올해는 장군이 여군 소위를 성추행한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을 지원하면서 전체 장병에 대한 성폭력교육을 시행토록 하는 등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 밖에 93년 성폭력위기센터를 만들었고 성폭력특별법 제정과 개정, 남녀고용평등법의 직장내 성희롱 조항 신설,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 등에도 기여했다.
그는 “성폭력 관련 운동은 오랜 의식에 도전하는 운동”이라고 지적했다. 성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에 깔려 있는 성차별의식, 남성 중심적 성문화 관행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가 10년간 소장직을 맡아 실무를 담당하는 사이 조형(趙馨) 이화여대 교수, 강기원(姜基遠) 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박금자(朴錦子) 산부인과 원장 등이 이 상담소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성폭력상담소는 29일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개소 10주년 기념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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