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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게 이렇군요]민주당 민심잡기 비상

입력 | 2001-05-16 18:33:00


4·26 재·보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신용불량자 기록 삭제와 실업대책 등을 위한 추경예산 편성,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민심을 의식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책 드라이브▼

민주당의 민심 추스르기는 △인천 경기 등 수도권 △30, 40대 △고졸 이상 학력층 △자영업자 및 농림어업 종사자에 맞춰져 있다.

108만명이 혜택을 받는 신용불량자 기록 삭제와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과도한 연체이자 제재 방안 등은 신용카드 사용이 생활화된 20, 30대 젊은층을 겨냥한 정책. 또 60만 종사자를 겨냥한 가맹점거래공정화법안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퇴직해 프랜차이즈업에 뛰어든 40대 이후 서민층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한 것.

마늘 전량수매는 40여만 농가의 절실한 요구에 호응한 측면이 있고, 교직발전종합방안도 현 정부 들어 추진해 온 교육개혁 정책에 호의적이지 않은 40만 교사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새만금 개발 추진 여부를 놓고 머뭇거리는 정부를 강행 쪽으로 떠미는 것도, 호남 민심조차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7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된 당의 ‘최근 정치여론 지표조사 종합보고서’를 보면 민주당의 정책방향 조정이유를 알 수 있다. 이 보고서는 98년 현 정부 출범 당시와 비교할 때 인천 경기 지역과 30, 40대 연령층의 지지율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또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의 상당수가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낸 점을 주목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중산층과 서민층을 겨냥한 정책뿐만 아니라, 재벌의 출자총액 한도제 고수 방침 등도 모두 전통적 지지기반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이 발표한 각종 법안 및 정책들

법안 및 정책

발표일자

주요 내용

새만금 개발 촉구

4월23일

4·26 재·보선 앞두고 촉구

사채이자 상한 제한

〃 29일

30∼40%로 제한 방침

신용불량기록 삭제

*5월1일 시행

108만명 혜택. 7일부터 삭제 여부 일제 점검

판교 저밀도 전원도시화

5월3일

6만∼8만7000명 수용 가능한 주거전용 신도시에 첨단산업단지 일부 결합

내달 실업대책 등 5조 추경편성

〃 4일

지방교부금 3조5000억원 외 1조5000억원을 실업대책과 의보재정에 지원

과도한 연체이자 제재

〃 6일

신용카드회사 제재 방안

모성보호법 즉시 시행

〃 8일

2년 유예키로 한 여 3당 합의를 번복해 출산휴가 90일 등 핵심사항은 하반기 시행키로

지방건설경기 활성화 방안

〃 8일

공공공사 발주물량 늘리기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확대

〃 10일

공제한도를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공제율은 10%에서 20%로 확대

교직발전종합방안

〃 15일

교원급여를 중견기업수준으로 올리고, 수당 대폭 인상

가맹점거래공정화법안

〃 15일

가맹점 업자에 대한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방지

마늘 전량 수매

〃 16일

지난해 재고물량 3000t과 농가가 수매 희망하는 햇마늘을 전량 수매

그는 특히 “97년 대선 때처럼 내년 대선도 박빙의 승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생계와 관련한 정책 내용에 민감한 집단을 연령별 직업별로 파고든다면 서민경제도 살리고 내년 대선도 유리하게 이끄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해 민주당의 정책 드라이브가 장기적으로는 대선을 염두에 둔 것임을 시사했다.

▼정치성 논란▼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여당이 잇따라 내놓은 정책들은 재원 확보 방안을 고려하지 않은 인기영합성 정책이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내에도 “당정간 검토단계에서 (민주당이) 정책을 발표하곤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재정경제부의 한 공무원은 “설익은 안들이 마치 확정된 정부방침인 것처럼 발표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 시각▼

고려대 경제학과 이만우(李萬雨) 교수는 “추경예산 편성처럼 중요한 정책은 정부와 사전 조율을 반드시 거친 후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재정부담이 많은 상태에서의 잉여금은 나라 빚을 갚는 데 우선 사용해야지 실업대책비로 쓰면 장기적인 안정성장에 해가 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원 권순우(權純旴) 수석연구원은 “신용카드 공제 폭 확대, 지방건설경기 활성화 등은 서민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하면서도 “추경편성은 성급한 발표였고, 사채이자 상한선은 실효성이 낮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정책위의 김정수(金井洙) 전문위원은 “4·26 재·보선에서 민심을 확인한 집권 여당이 민생정책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책의 내용을 갖고 따져야지 선거 직후에 발표됐다고 해서 정치성 운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