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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뜨겁다]'한나라당 국가혁신위' 공방

입력 | 2001-05-16 18:33:00

이재오 원내총무(왼쪽)와 김만제 정책위의장이16일 당사에서 6월 임시국회대책 논의


한나라당이 당내 기구인 국가혁신위의 자문위원 영입을 위해 수백명의 각계 명망가들에 대한 물밑 접촉에 나서자 민주당이 반발, 여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각계 인사 239명의 이름이 적힌 자문위원 후보 명단을 문제삼음으로써 국가혁신위가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

▽민주당 공세〓당무회의에서 이치호(李致浩) 윤리위원장은 “국가혁신위의 최근 운영형태나 조직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한나라당이 국가를 통째로 혁명적으로 바꾸겠다고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임도 비밀리에 군사작전하듯이 하고 있다”며 “정부를 참칭하는 것 같은 ‘국가혁신위’라는 명칭을 쓸 수 있는지부터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은 “나라일을 맡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자기들이 국가일을 맡은 것처럼 하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자문위원 명단에 각계 인사들의 이름이 올라 있음을 지적하며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 할 사회 원로와 벤처기업가, 문화예술인까지 한나라당식 정치에 끌어들이는 것이 국가혁신이냐”고 비꼬았다.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국가혁신위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문제가 있다면 강력히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한나라당 반박〓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여당의 실패를 거울 삼아 국가를 살릴 수 있는 장기 비전과 플랜을 마련하는 게 국가혁신위의 목적”이라며 “민주당이 박수를 보내지는 못할망정 엉뚱한 시비를 걸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국가혁신위에 당 차원에서 강력 대처하겠다는 민주당측 대처야말로 혁명정권식 발상”이라며 “야당의 특정 기구에 대해 민주당이 이렇게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신감을 잃고 정체성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공세와 관계 없이 이번주 중 국가혁신위 7개 분과위 위원장단 모임을 갖는 등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또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분과위마다 당 내 인사 7명과 외부 인사 3명 등 10명의 위원을 위촉하고 쟁점별로 국민 여론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국가혁신위 행정실장인 주진우(朱鎭旴) 의원은 “국민에게 다가가 직접 접촉해 국민 스스로 신뢰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위원 누가 거론되나▼

▽명단 공개 논란〓자문위원 후보 명단은 한나라당의 내부 문건인 ‘국가혁신위 인적 구성(안)’에 실려 있다. 이 문건은 11일 국가혁신위 위원장단 모임에 ‘대외비’로 보고됐으나 15일 한 시사 주간지에 보도됐다.

명단은 47명의 전체 자문위원 후보와 7개 분과위 관련 전문가로 구분되어 있다. 자문위원 후보에는 남덕우 강영훈 노신영 노재봉 현승종씨 등 전직 국무총리와 권오기 이승윤 한승주 안병영 김진현 정근모 김숙희씨 등 전직 장관, 손봉호 송복 박세일씨 등 대학 교수들의 이름이 올라 있다. 분과위 전문가들은 거의 모두 대학 교수였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한결 같이 “한나라당으로부터 어떤 제의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자문위원 후보로 거명된 현승종 전 국무총리는 “연락도 없었고 정치에 관심도 없다”고 말했고, 정치발전 분과위 전문가로 언급된 한양대 양건(梁建) 교수도 “금시초문이다”고 의아해 했다.

유승민(劉承旼) 여의도연구소장은 “당초 각계 명망가들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하려고 했으나 대상자들이 ‘개인적으로는 돕겠으나 자문위원은 곤란하다’고 고사해 자문위원단을 구성하지 않고 비공식 조언만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분과위 전문가들은 앞으로 관련 분야의 의견을 들어 볼 생각으로 일단 명단만 정리해놓은 것인데 마치 우리가 실제로 접촉한 것처럼 오해됐다”고 해명했다.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