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가린 소나무 숲길, 장구한 세월의 더께로 뒤덮인 계곡, 백옥을 갈아 덮은 듯한 모래해변 섬….’
동아일보 여행면이 새로운 개념의 국내 여행 가이드로 독자 여러분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갑니다. 특히 잘 알려진 관광지보다 그동안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한국의 비경’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이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여행 안내가 아닌 우리나라의 자연을 더욱 사랑하고 보전하려는 마음을 키워주는 ‘생태여행(Ecology Tourism)’의 일환으로 처음 시도되는 ‘신 개념 여행’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동아일보 여행팀은 20여년간 한국의 비경을 답사해온 이종승씨(승우여행사 대표)와 ‘산따라 맛따라’ 저자 박재곤씨(프리랜서 음식라이터)와 팀을 이뤄 철저한 현지답사로 독자의 요구에 부응할 것입니다.》
◇다도해 속의 다도해…때묻지 않은 '청정특구'◇
관매도(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는 뱃길. 섬 하나를 지나면 또 다른 섬이 기다리는 형국의 연속이다. 예가 어딘가. 다도해라 불리는 지극 미려한 남해 쪽빛 바다 아닌가. 거기서도 관매도 주변 바다는 좀더 특별하다. 다도해 속의 다도해를 이룬 덕분이다. 조도면 바다를 수놓은 섬은 154개. 면단위로는 섬의 수가 전국 최다란다. 그 다도해 속의 다도해에서도 관매도는 맨 끝자락에 있었다.
남해의 허다한 섬이 그 비경과 호젓함으로 뭍사람의 발길을 쉼없이 끌어들이는 요즘. 그렇지만 관매도만은 낙오한 듯 싶다. 개발의 혜택을 받지 못한 섬의 모습에서 얻은 결론이다. 그러나 끝과 끝은 통한다던가. 모든 것이 불편한 이것이 지금은 오히려 희소가치에 힘입어 매력포인트로 부각되는 세상이니 이것을 찾아 여기에 오는 이에게 관매도는 ‘기대의 섬’이 된다.
◇투명한 모래 해안 지중해 연상◇
12일 관매도. 선창가에서부터 특별함을 느끼게 한다. 그 흔한 횟집도 상점도 없는 풍경 덕이다. 다소 황당하기까지 하다 할 정도다. 섬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는 이 곳 관매도. 초입부터 섬은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방문객을 설레게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하얀 모래해변. 방파제 옆으로 장장 3㎞나 길게 펼쳐져 있다. 푸르디 푸른 바닷물은 수심마저 얕다. 유럽의 지중해나 중남미 카리브해안을 연상시킨다.
백사장 뒤로는 바람막이 해송이 빽빽이 숲을 이루며 늘어서 있다. 바다의 폭력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관매 제1경이라는 관매해수욕장이 예다.
5월 싱그러운 바닷바람에 진초록 보리밭은 너울너울 춤을 춘다. 보리밭 주변에서 여려 보이기만 하는 들꽃이 햇볕 아래서 게으름부리듯 하늘거리고 주변에서는 염소가 어슬렁거린다.
◇인심처럼 푸짐한 민박 성찬◇
송림을 지나면 마을 어귀. 한 어부가 이제 막 딴 듯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미역과 다시마를 한가득 실은 리어카에 부인을 태우고 돌아온다.
어부 조성채씨(57)에게 민박을 청했다. 그 날 밤 민박집 송백정(061-544-4433)에서 들은 관매도 이야기는 여행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민박집은 송림 뒤편 마을에 있고 한여름 섬은 이곳의 비경에 취한 여행자들로 붐빈다거나 해류가 빨라 섬은 남해에서도 청정하기가 제일이며 덕분에 해산물의 품질도 전국 최고라는 소박한 자랑거리 등등….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저녁상이 모든 것을 증명했다. 병어 미역 다시마 등 풍성한 반찬. 주인의 지극한 정성과 풍성한 인심이 느껴진다. 여관 술집이 없는 관매도. 때문에 거의 모든 민박집에서는 이렇게 주인이 직접 음식을 차려 낸다. 거기에 붙인 주인의 사족 하나. “어떤 횟감이든 자연산”이란다. 백번을 들어도 싫지 않은 사족이란 흔치 않으리라.
◇"마음 버리러 오기 딱 제격…"◇
그 밤 해변에서는 여러 사람이 모닥불가에 둘러 앉아 파도소리와 별빛 달빛을 즐기고 있었다. 뜻밖에 스님 모습이 보였다. 전북 고창의 사찰에서 왔다는 허주(虛舟)스님. 지난해에도 이 곳을 찾았다고 해서 대뜸 이유를 물었다. 그 대답, 간단 명료했다. “마음을 버리러 오기 딱 제격이라….”
이튿날 배를 빌려 나간 바다. 깎아지른 바위가 갈라진 하늘바위, 도깨비가 나온다는 할매중드랭이굴, 꽁돌바위, 서들바굴폭포, 다리여, 방아섬(남근바위), 하늘담(벼락바위) 등등…. 관매도 비경은 바다에서 볼 때 더욱 빛나고 있었다. 바위해안 곳곳에서 해산물을 따는 주민들 모습이 보였다. 배를 몰던 고용민씨(44)가 장난기가 동했는지 파고 높은 기암절벽 부근에서 배를 흔들자 놀이기구 ‘바이킹’처럼 뱃머리가 파도를 타고 심하게 오르내렸다. 배에 타고 있던 관광객 사이에서 “와아” 하는 비명 섞인 함성이 터졌다. 배에서 내린 승객들. 몹시도 아쉬운 표정들이다. 누군가 내치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린 이 말. “한 열흘 낚시나 하면서 푹 쉬었다 갔으면 딱 좋겠다.”
문의 관매도리 이장댁 061-544-9399
bluesky@donga.com
◇관매도에 가려면…◇
진도나 목포에서 배를 탄다. 직항페리(진도의 팽목, 목포항)와 여객선(진도의 팽목선착장)이 운항 중. 진도(팽목선착장)에서 출발할 경우 조도(읍구마을)에서 관매도행 배로 갈아탄다. 진도∼조도 35분, 조도∼관매도 30분 소요. 직항페리는 목포∼관매도 4시간 20분, 진도∼관매도 1시간 20분 소요.
■관매도행 배편
출발
요금(원)
연락처
갈
아
타
기
진도→조도
08:00 10:30
14:30 17:40
어른 2800, 승용차 1만3000
조도페리호061-544-5353
조도→관매도
09:00 12:50
어른 2000,승용차 불가
차호열061-544-5773, 011-9612-3873
관매도→조도
08:30 12:20
조도→진도
07:00 09:30
13:30 17:00
진도→조도와 같음
직
접
가
기
진도→관매도
14:30
어른 6800, 승용차 2만6000
조도페리호061-544-5353
관매도→진도
16:00
목포→관매도
12:30
어른 2만5200, 승용차 4만5000
해남운수061-243-2640
관매도→목포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