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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영재의 월가리포트]“그린스펀은 아직 살아있다”

입력 | 2001-05-17 18:30:00


월가의 격언중에 “그린스펀에 맞서지마라”는 말이 있다. 금리 정책을 좌우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위상을 나타낸 말이다. 그러나 작년 이후 주식시장의 하락이 심화되고 가장 큰 원인이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금융 긴축기조를 고집스럽게 이어간 FRB 때문라는 눈총을 받으면서 그의 영향력은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올 들어서도 부랴부랴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펼쳤지만 시기를 놓쳤다는 비난과 함께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주식시장이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 등 그린스펀의 시대는 이제 과거지사가 됐다는 비아냥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올 들어 5번째의 금리 인하를 발표한 직후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주식시장이 바로 다음날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날 월가의 분위기는 결국 그린스펀에 대항해서 이기기는 어렵다는 격언을 되살리는 깨달음의 목소리였다. 세계 증시에서 특히 금리에 민감한 것이 미국증시다. 이런 주식시장에 중앙은행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5차례나 실시하고 또 계속해서 경기 회복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결의를 다졌는데 이를 무시할 강심장의 투자자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순식간에 매도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가볍게 상승을 기록했다. 전통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실로 오랜만에 11,000선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다우지수의 경우 11,000선은 넘어설 수 없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단기간이지만 11,000선을 넘어선 경험이 지난 99년 이후 7,8차례에 이르지만 결국은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던 경험이 있어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금리 인하야말로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그리고 기업실적을 동시에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란 점에 투자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또한 금리 인하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인 물가 불안심리도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면서 추가 금리 인하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주가 반등에 도움을 주었다.

시기상으로 이번 금리 인하가 주식시장 반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예상이 무리한 기대만은 아니다.

지난 1, 2, 3차 금리 인하 이후엔 주식시장이 다시 하락하고 말았지만 4차 금리 인하 이후 지금까지는 그때 이상의 지수를 보여주고 있고 따라서 5차 금리 인하가 이러한 시기와 맞물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맹영재(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myj@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