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완서(朴婉緖·70)씨가 22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숙명여고에서 대숙명인(大淑明人)상을 받는다.
개교 95주년을 맞는 숙명여고는 해마다 학교와 사회에 기여한 동문들에게 ‘자랑스런 숙명인상’을, 그 중 한 명을 뽑아 ‘대숙명인상’을 수여해 왔다. 올해 ‘자랑스런 숙명인상’에는 원로 섬유예술작가 서수연(徐壽延·84)씨 등 10명이 선정됐다.
졸업한지 51년 만에 손녀뻘되는 동문들 앞에서 상을 받는 박씨의 소회는 각별하다. 1944년부터 6년동안 매일 아침 한 시간씩 걸어서 통학했던 학창시절이 그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이기 때문.
“좋은 교육환경에서 유능하신 선생님들로부터 배웠던 기쁨이 제일 컸어요. 특히 문과반 담임이셨던 소설가 박노갑 선생님에게 엄격한 문장 교육을 받았던 경험이 지금까지도 제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6·25 전쟁으로 대학을 포기해야만 했던 그는 당시 받았던 교육이 글쓰기 밑천의 전부였다. 급우였던 소설가 한말숙(韓末淑), 시인 박명성(朴明星)씨와 교유한 것도 큰 힘이 됐다. 당시의 자극이 박씨가 마흔이 넘어 늦깎이로 문단에 데뷔해 문학의 꿈을 이루게 한 힘이었던 것.
박씨는 학창시절 추억을 묻자 “어휴, 뭐 그런걸”이라며 얼버무렸다.
“학창시절 특별하게 기억나는 일은 없네요. 간혹 자습시간 빼먹고 화신극장에 영화 보러 갔던 일 정도지요. 정말 모범생이었거든요. 졸업 때 우등상도 받았어요.”
서랍 속 일기장처럼 가슴에만 묻어두고 싶은 것일까. 그의 대표작으로 자전적 소설인 ‘엄마의 말뚝’에도 이 때의 기억을 싣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본인은 자꾸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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