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인권위원회는 새천년을 맞아 전세계 재소자들이 출전하는 축구대회인 ‘교도소 월드컵’ 개최를 제안한다. 한국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원주교도소는 교도관 방담임(황인성)을 감독에 임명한 뒤 선수팀을 결성한다. 모인 선수들은 사형수인 빵장(정진영), 공갈협박범인 질문(조재현), 사기꾼인 꼰대(김일우) 등 오합지졸들. 이들은 잔형 감형, 특별 형집행정지 등을 꿈꾸며 축구 연습을 시작한다.
상영시간 104분으로 그리 길지 않은 ‘교도소 월드컵’의 주요 등장인물은 무려 17명. 주연과 조연의 구별이 무의미한 이 영화는 등장인물 각자의 뚜렷한 개성, 이들이 엮어내는 코믹한 상황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려 한 코미디다.
재소자들은 축구를 통해 결국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지만, 거창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가볍게 웃으며 보면 될 영화.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의 에피소드만 나열한 탓에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진영 조재현 등 꽤 연기력 탄탄한 배우들이 제대로 쓰이지 못한 ‘낭비’도 아쉽다. ‘썰렁 유머’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썰렁한 농담이 낯선 이들에게도 후반부 축구시합 장면은 그럭저럭 볼 만하다. 방성웅 감독의 데뷔작. 19일 개봉. 15세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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