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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회 칸영화제]칸에 분 태국영화 열풍

입력 | 2001-05-17 18:43:00

(위)와


20일 폐막되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최대 화제 중 하나는 태국영화의 약진이다.

이는 올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검은 호랑이의 눈물(Tears of the Black Tiger)’에 대한 열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지트 사사나티엥 감독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태국 영화로서는 칸영화제 공식부문에 첫 진출한 작품으로 기록됐다.

이 영화는 60년대 태국에서 붐을 일으켰던 서부극 양식의 액션 영화를 재창조했다. 영화 줄거리는 부자집 딸과 사랑에 빠진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지 못해 괴로워하다가 ‘검은 호랑이’란 별명의 산적이 돼 일세를풍미한다는내용이다.

이 영화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스타일 때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풍의 화면 구성과 대사, 여기에 마카로니 웨스턴풍의 과장된 액션을 가미해 선보인 것.

총잡이의 결투장면이나 여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을 그리워하는 장면에서는 일부러 해와 달을 그려넣은 세트가 동원되는가 하면 총알과 총알이 정면으로 부딪혔다가 튕겨나가는 장면도 등장한다.

미국의 미라맥스는 이 영화의 공식시사가 끝나자 마자 잽싸게 미주내 판권을 사들였고 이후 칸의 영화시장에서는 태국영화에 대한 관심과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퍼스트룩 픽처스는 ‘태국의 오우삼’으로 평가받는 팽 형제의 액션영화 ‘위험한 방콕(Bangkok Dangerous)’의 미국내 판권을 사들였다. 워너브라더스와 소니, 뉴 라인 등도 앞다퉈 2000만달러를 들여 제작 중인 대하역사극 ‘수리요타이(Suriyothi)’의 구매에 관심을 보였다. 태국영화 중 사상 최대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16세기 포르투갈에 맞서 태국의 독립을 지켜낸 수리요타이 여왕의 생애를 담은 작품. 태국영화의 이런 붐은 90년대 이후 미국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귀국한 젊은 감독들이 할리우드 입맛에 맞으면서도 독특한 아시아적 색채를 뿜어내는 작품을 대거 내놓으면서 벌어진 현상. 현지 신문들은 “몇년전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 똑같이 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흥분했다.

반면 한국 영화의 칸영화제 판매 성적은 예상을 밑돌았다. 디지털 드림스에서 70억원을 들여 제작 중인 대형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가 일본내 사전 판권을 250만달러을 받고 판매한 것을 제외하고는 좋은 성과를 올린 작품이 없었다. 그나마 김성수 감독의 ‘무사’가 좋은 반응을 끌어냈고, 송해성 감독의 ‘파이란’은 칸을 찾아온 베니스영화제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출품권유를 받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에 청신호를 밝히는 성과를 올렸다.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