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장터의 풍물 그대로 간직한 소문난 5일장“훈훈한 인심,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요”◇
5일에 한번씩 서는 시골 재래 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만이 아니다. 온갖 풍물거리를 접하며 흥미로운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할머니들이 길바닥에 펼쳐놓고 파는 봄나물, 잡곡 보따리, 과일, 강아지, 병아리 등을 둘러보는 사이 마음이 풍족해진다.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구수한 입담과 값을 깎아달라고 흥정하는 소박한 모습 등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성남 모란장◇
■80년 초반부터 명물시장으로 자리잡은 만물상 같은 장터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복개천에 서는 모란장은 수도권에서 가장 큰 장터로 4, 9일로 끝나는 날에 장이 선다. 값싼 공산품은 말할 것도 없고 약초, 농작물 씨앗, 꽃나무 묘목, 생선, 애견, 각종 동물, 잡화, 건강식품, 봄나물, 잡곡류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물건들이 도처에 깔려 있어, 장날이 되면 하루 8만∼10만 명이 장터를 찾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 빈다.
모란장의 3대 명물은 개고기와 참기름, 고추 등. 개고기와 고추는 3일과 8일로 끝나는 날에 장이 따로 설 정도로 규모가 크다. 개고기 도매장은 규모와 유통 면에서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고추 도매장은 수도권 지역의 고추값 형성에 큰 영향력을 미칠 정도. 50여 개의 기름집에서 풍기는 참기름의 구수한 향기는 장터를 더욱 고소하게 만든다.
▶연계 관광지
경기도 광주군과 성남시 경계에 있는 도립공원인 남한산성을 둘러볼만하다. 남한산은 지형이 준평원상의 잔구로 백제 초기에는 왕도가 이곳에 자리한 바 있었고 고려·조선시대에는 성진을 구축하여 군사요지로 중요시되어 왔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때 인조가 45일간 농성했던 곳으로 정상부의 분지상 고원 둘레에 길이 4.5㎞의 산성으로 축조되어 있으며 그안에 서장대·청량대·숭렬전·현절사 ·연무 등 유적지가 산재해 있어 주요 관광자원을 이룬다.
▶문의 031-721-9904
▶ 가는길
붐비는 시장의 특성으로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서울 을지로 5가에서 570-2번, 천호동에서 30번 버스를 타면 된다. 지하철은 8호선 모란 역에서 하차.
승용차로 갈 때는 성남시로 들어간 뒤 성남 경찰서를 지나 사거리에서 직진해 고개를 넘으면 모란장 입구가 나온다.
◇안성장◇
■구수한 맛의 국밥집들이 장터분위기 살려내는 곳
조선시대의 안성은 서울로 들어가는 길목이었던 만큼 물품이 풍성하고 장의 규모도 전국 최대로 꼽혔다.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대구, 전주와 함께 3대장으로 꼽힐 정도로 큰 시장이였으나 지금은 규모가 많이 축소됐다. 지금은 현대화되어 옛 맛을 다소 잃고 있지만, 아직도 장터 한편에는 안성의 명물 유기장이 서고, 장터국밥의 구수한 맛을 대대로 이어온 국밥집 등이 들어서 장터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장은 끝자리 2, 7일에 안성 시외버스터미널 뒷편에서 열린다. 메주와 잡곡류가 많이 보이고 특히 장독, 방충망을 파는 모습과 도로변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들고 나온 두릅, 달래, 취 등의 나물이며, 약초 등을 사라고 외치는 모습에서 정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여름과 가을에는 배, 포도가 시장에 많이 나온다.
▶연계 관광지
안성군 이죽면 칠장리에 위치한 칠장사와 미리내 성지 등을 둘러볼만하다. 칠장사는 7세기 중엽에 지어졌으나 고려 충렬왕 때 안성 출신 혜소국사가 중건한 사찰로 규모는 작지만, 대웅전, 사천왕문, 철당 간지주, 요사채 등 12채의 가람이 당당한 고찰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미리내성지는 초기 천주교 전파지역으로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부인 김대건의 무덤과 기념물이 있다.
▶문의 031-670-1064
▶ 가는길
버스 : 강남고속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에서 안성행고속버스를 탄다. 승용차 : 서울 경부고속도로-안성IC
◇진천장◇
■가축, 먹거리가 풍성하고 옛 시골 정취 듬뿍 묻어나는 장터
진천대교를 건너 백곡천 고수부지 주변과 진천시장 동쪽 공터에서 열린다. 장날은 5일과 10일. 상인은 5백~6백 명 정도로 비교적 규모가 큰 장이다. 장날이 되면 상인들은 물론 시골 할머니들이 산이나 들에서 직접 캐온 봄나물을 들고 찾아든다. 조치원장과는 비슷하고 음성장보다는 크다. 다른 장터에 비해 해산물은 거의 없고 냉이, 씀바귀 등의 봄나물과 묘목, 메주, 고추, 잡곡, 과일, 마늘, 잡화 등의 물품이 나와 있다.
충청도의 특산물인 올갱이(다슬기)도 보인다. 가축시장에는 강아지, 새끼오리가 봄볕을 받으며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 그 옆의 잡곡시장에는 20여 가지의 곡식들이 펼쳐져 손님을 기다린다. 장터 한쪽 면으로는 순대국밥 같은 먹거리가 죽 늘어서 있다. 오래 전부터 장터의 감초로 등장한 약장수들의 만병통치약 선전, 뻥튀기 아저씨가 능숙하게 터트리는 ‘뻥’ 소리들이 옛 시골장의 흥을 돋우어 준다.
▶연계 관광지
장터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용화사 석불입상(지방유형문화재 제138호)이 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이 불상은 높이가 7.5m로 신라말 또는 고려초의 것으로 추정된다. 용화사에서 구곡리 방면으로 4.2km쯤 가면 지방유형문화재 28호인 농다리가 있다. 사력 암질의 붉은 돌을 쌓아서 만든 다리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지네모양을 본따서 28칸의 교각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25칸만 남아있다.
▶문의 043-539-3751
▶ 가는길
버스 : 동서울터미널이나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진천행 고속버스를 탄다.
승용차 : 중부고속도로 진천IC-진천방면 21번 국도-진천
◇당진장◇
■진달래꽃으로 빚은 면천 두견주가 명물인 재래장터
5일과 10일에 열리는 당진장은 충청남도 내에서 홍성장 다음 가는 규모를 자랑하는 장이다. 당진읍사무소 맞은편 시장에서 장이 서는데 장날이 되면 서산, 예산, 삽교 등지에서 모여든 상인이 4백 명은 족히 넘는다. 갖가지 나물과, 해산물 등을 파는 좌판을 지나 동쪽 끝지점에 이르면 가축시장이 펼쳐진다. 병아리에서부터 토끼, 오리, 장닭, 강아지 등이 주를 이룬다. 느릿느릿하면서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장터 골목골목에 울려퍼지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시골 장날 여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당진의 특산물은 꽈리고추, 사과, 쪽파, 방울토마토, 오이, 느타리버섯 등. 그러나 가장 이름난 것은 면천 두견주다. 면천 두견주는 당진 지역의 민속주로서 두견화, 곧 진달래꽃으로 빚은 술이다.
▶연계 관광지
필경사는 당진군 송악면 부곡리가 자랑하는 유적지. 소설 의 작가 심훈 선생의 고향으로 글을 쓰던 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필경사는 1934년 봄 심훈 선생이 낙향해서 직접 설계하고 지은 건물이며 옆 마당의 시비는 1996년 한국문인협회가 세운 것이다. 비에는 ‘그날이 오면’이라는 시가 새겨져 있어 생전의 심훈 선생 음성을 듣는 듯하다. 문의 041-350-3521
▶문의 043-539-3751
▶ 가는길
버스 :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당진행 직행버스를 탄다.
승용차 : 서해안고속도로-아산만방조제-삽교호방조제-32번 국도-기지시리-당진
경부고속도로-천안나들목-아산-합덕-당진
◇화개장◇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이 한데 어울리는 화합의 장터
섬진강을 끼고 전남 구례군과 경계지역인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탑리에서 매월 1일, 6일에 선다. 특산물은 밤, 감, 작설차, 지리산에서 나는 각종 산채류, 섬진강에서 잡히는 재첩, 은어 등. 특히 지리산 일대에 야생하는 녹차의 은은한 맛과 가을의 밤은 전국 밤 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 예전에는 장터가 비좁을 정도로 많이 사람이 모여 대규모 장을 이루었으나 지금은 옛 장터풍경이 많이 사라진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화개장터는 영호남지역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고 정담을 나누는, 그래서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다.
▶연계 관광지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지리산자락에 있는 사찰 연곡사와 칠불사가 가볼만하다. 연곡사는 544년(신라 진흥왕 5) 화엄사의 종주 연기조사가 창건하여 임진왜란 때 병화로 인하여 불탄 것을 재건하였다. 경내에 국보 제53호인 연곡사 동부도, 국보 제54호인 연곡사 북부도를 비롯하여 연곡사 3층 석탑, 연곡사 현각선사탑비, 연곡사 동부도비, 연곡사 서부도 등의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다. 조선 말기 수백 명의 의병이 왜군과 싸운 곳으로 당시 순절한 의병장 고광순의 순절비가 동백나무숲 아래 있다.
칠불사는 지리산 토끼봉의 해발고도 830m 지점에 있는 사찰로, 101년 가락국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이곳에 암자를 짓고 수행하다가 103년 8월 보름날 밤에 성불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운공 선사가 축조한 벽안당 아자방은 세계건축대사전에 기록되어 있을 만큼 독특한 양식. 서산대사가 좌선한 곳이자 1828년 대은 선사가 율종을 수립한 곳으로 유명하다.
▶문의 055-883-9132
▶ 가는길
승용차 : 호남고속도로-전주-남원-구례-화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진주-하동-화개
< 2001 5월 여성동아 글·최미선 기자> 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