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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남자는 모두 새 여자를 밝힌다?

입력 | 2001-05-18 11:29:00


는 남녀의 성 심리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이론 하나를 소개한다. 이른바 '수소 이론'이라 불리는 그것은 순정파 여성들이 들으면 완전히 뒤로 까무러칠 만한 이야기다. 수소는 한 번 교접한 암소와는 다시 교접하지 않으며 남성 또한 이와 마찬가지라는 것.

이쯤에서 우리도 에 버금가는 뭔가 흥미로운 이론 하나를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썸원 라이크 유'처럼 아주 로맨틱한 제목을 달고 나온 멜로 영화들은 궁극적으로 해피엔딩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것.

남자와 여자가 있다. 그들의 사랑은 처음 100만 볼트 전류를 타고 강렬하게 흐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지지부진해진다. 난관에 부딪힌 두 남녀는 곧 헤어짐을 결심하고 갖가지 사건을 겪은 후 비로소 서로의 진심을 깨닫는다. 줄리아 로버츠를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등극시켰던 이나 도 결국 이 공식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는 류의 가벼운 심리학 서적을 읽어주듯 남자와 여자의 같음과 다름을 분석한다. '뿅가게 하기', '사랑을 말로 표현하기' 등 재미있는 소제목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잘 생긴 남자 PD 레이(그렉 키니어)와 그의 오래된 연인 D(엘렌 버킨), 사랑에 굶주린 여자 캐스팅 담당자 제인(애실리 주드), 그녀의 직장동료이자 남자 친구인 에디(휴 잭맨)를 '수소 이론'의 실험도구로 불러온다.

방송국 섭외 담당자 제인은 이미 연인이 있는 남자 레이를 사랑하게 된다. 레이 역시 오래된 연인 D를 버리고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두 사람은 격정적인 사랑을 시작하고 곧 동거할 집을 구하러 나선다. 그러나 동거를 약속한 그 순간부터 남자의 태도는 변한다. 그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한다. "우리 너무 빨리 달려온 것 같아. 시간을 갖고 우리 관계를 좀더 천천히 생각하자."

레이에게 바람 맞은 제인은 그때부터 남성의 성 심리 이론을 연구하는 데 몰두한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남자는 모두 수소처럼 본능적인 일부다처제주의자들이다. 그녀는 이 이론을 박사 학위를 지닌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저명한 잡지에 칼럼 형식으로 기고한다.

매일 밤 여자를 갈아치웠던 방탕한 동거남 에디는 이런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그녀는 외톨이 신세가 된다. 하지만 결국 영화는 그녀 스스로 이 허무맹랑한 이론을 포기하게 만듦으로써 여태껏 주장했던 이 재미있는 가설이 사실은 다 거짓이었다고 고백한다. 덕분에 제인은 새로운 사랑을 얻는다.

모든 건 인간의 문제지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까지는 그럴 듯하다. 하지만 수소 이론을 포기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방식은 구차하다. "모든 남자가 다 수소는 아니더라구요~!" 이런 식의 결론은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로맨틱 코미디의 일관된 구조를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한 안간힘처럼 보인다.

한가지 재미있는 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러닝타임 중반을 기점으로 180도 바뀐다는 사실. 엑스트라에 불과한 줄 알았던 그녀의 남자 친구 에디는 어느 날 갑자기 백마 탄 왕자로 돌변하고 주인공인 줄 알았던 레이는 러닝타임 중반 이후부터 수소 이론의 허무맹랑함을 일깨워주는 충실한 조력자 역할을 맡는다.

그렇다고 가 아주 새로운 멜로 영화라는 건 아니다. 는 귀엽고 상큼하지만 남녀의 성 심리학을 알려주기엔 너무 가볍고 줏대가 없다. 모든 것이 성별 차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임을 알려주기 위해선 좀더 세심한 고찰이 선행됐어야 했다. 는 남녀의 사랑에 대해 긴 서사만 늘어놓았을 뿐 해답은 주지 않는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토니 골드윈은 에서 패트릭 스웨이지의 사악한 친구를 연기했던 배우 출신 감독. 벌써 세 편의 연출 필모그래피를 지니고 있는 그는 아주 매력적인 여배우 애실리 주드와 'X-맨'으로 주가 상승한 휴 잭맨을 용병으로 맞아들였지만 멜로영화의 진부한 이론을 탈피하는 데는 실패했다. 남녀의 성 심리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서 역시 작성하지 못했다.

원제 Someone like You/감독 토니 골드윈/주연 애실리 주드, 그렉 키니어, 휴 잭맨/관람등급 15세 이용가/러닝타임 97분/개봉일 5월26일

황희연benot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