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가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9일 발표한 정치개혁 관련법 개정안 중 핵심조항 대부분에 대해 여야 모두가 반대하거나 여야의 이해가 상충되고 있어 선관위 개정안이 또다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당초 15∼17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주최로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선관위가 제출한 정치관계법안 공청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각 당 내부에서 충분한 (득실)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이를 30∼31일로 미뤄둔 상태.
그러나 한나라당은 16일 당 정치개혁특위를 열어 상당수 조항에 반대키로 했고 민주당의 내부검토과정에서도 반대하는 조항이 늘고 있어 다음달 국회 정개특위 협상에서 몇 조항이나 살아남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선관위 의견에 대한 여야 견해
중앙선관위 개정의견
민주당
한나라
법인세 1% 정치자금 기탁
×
○
100만원 이상 정치자금
수표사용 의무화
△
×
지방선거 국고보조금 삭감
△
×
선거일 120일 전부터
선거운동 부분 허용
○
×
여론조사결과 공표 제한기간 단축
(선거일 7일 전부터)
○
×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제한적 허용
○
×
각종 선거 후보자의 경선
의무화
×
△
지역감정 완화 위해
출신지 표시금지
△
×
먼저 정부업적에 대한 정부기관 등의 찬양·비방 금지에 대해 한나라당은 당초 “야당의 대정부 비판이 봉쇄될 것”이라며 반대하다가 최근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민주당은 “정당한 정부의 홍보업무마저 묶을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정리했다.
연간 3억원 이상의 법인세를 내는 법인에 대해 법인세액의 1%를 정치자금으로 기탁토록 의무화하는 조항에 대해 한나라당은 당초 ‘법인세 1억원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으나 최근 선관위안을 수용키로 했다.
반면 민주당은 “강제적인 조세행위나 다를 바 없어 국민정서상 수용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를 채택하더라도 음성적 정치자금이 없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공직선거후보나 당대표 선출시 당원총회 등의 비밀투표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데 대해서는 여야 모두 “당내 경선까지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고 배척할 뜻을 밝히고 있다. 합동연설회 폐지에 대해서도 여야 모두 후보자들에 대한 비교검증 기회가 박탈된다는 이유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현상은 아니다. 특히 90년대 이후 선관위 개정안의 입법 반영률(입법반영 항목수÷개정의견 항목 수)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선거법의 경우 선관위 개정안의 입법반영률은 95년 4월 91.7%, 95년 11월 61.9%, 97년 47.2%, 98년 46.9%를 보이다가 지난해 2월에는 44.4%에 불과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그동안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많은 부분의 개정이 이뤄진 것도 반영률 감소의 한 요인이나, 정치권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선관위 의견을 탁상공론으로 일축해버리는 것이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