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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탐욕으로 몰락한 '금융드림팀'

입력 | 2001-05-18 18:49:00


◇천재들의 실패/로저 로웬스타인 지음/이승욱 옮김/380쪽, 1만2000원/동방미디어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1990년대 세계 최대 규모와 수익 실적을 기록했던 헤지펀드. 그러다가 1998년 순식간에 몰락해버린 헤지펀드다. 헤지펀드는 전세계의 통화 채권 주식 등 금융시장을 무대로 단기 차익을 노리며 투자활동을 벌이는 국제적 자본을 말한다.

이 책은 LTCM의 급성장과 급몰락, 그 극적인 과정의 전말을 박진감 넘치게 그렸다. 저자는 미국의 저명한 경제칼럼니스트.

LTCM은 1993년 월스트리트 최고의 트레이더인 존 메리워더가 만든 투자회사. 여기에 두 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및 명문대 교수와 박사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부의장 출신으로 미국 금융계의 2인자인 데이비드 뮬린스까지 가세한, 말 그대로 드림팀이었다.

이들은 철저하게 투자모델에 의거하는 과학적 투자 기법으로 한번도 실패하지 않고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로 급성장했다.

LTCM의 기법을 보자. 주식 가격의 급등락은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주가가 100에서 80으로 순식간에 떨어지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99.9, 99.8, 99.7 등 미세한 단계마다 한번씩 멈춘다고 한다. 그 순간을 활용해 재빨리 사고 팔면 투자 리스크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델이론은 바로 두 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제공했다.

이에 힘입어 LTCM은 경이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 속에서도 승승장구는 계속됐다. 1994년 3월부터 1998년 4월까지 무려 4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저자는 그러나 이 같은 승승장구가 오히려 화근이었다고 말한다. 강박관념을 심어주었고 탐욕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 탐욕은 1998년 러시아에서 모든 것을 건 도박으로 이어졌다.

1998년 8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세계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LTCM은 한 달만에 자본의 60%를 잃어버렸다. 당시 LTCM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가능성을 예견했고, 그걸 막을 수 있는 모델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책제목 그대로 ‘천재들의 실패’였다.

이에 대해 저자는 “공포에 휩싸여 투매에 나서는 공황심리, 그리고 탐욕 등 인간적인 요소를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진정한 메시지다.

추리소설처럼 이야기가 시종 흥미진진하다. 현대 금융이론과 투자기법, 월스트리트 및 세계 자본 시장의 구조와 동향, 세계 자본시장을 좌우하는 핵심 인물들의 암투와 다양한 개성 등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