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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대우車, 알고 얘기하십시오

입력 | 2001-05-18 18:51:00


◇대우자동차 하나 못 살리는 나라/김대호 지음/375쪽, 1만2000원/사회평론

좋은 이야기와 나쁜 이야기가 있다. 국민적 관심사가 된 대우자동차 이야기다.

먼저 나쁜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마케팅보다 기술력과 개성이 우선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대우의 최고경영자는 잘 몰랐다. 그래서 대우차가 추락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고 치자. 그 해결방법이 졸렬하기 그지없다.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었다.

정부는 대우차 처리에 앞서 그 미래가치를 정밀히 평가해야 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검토가 지극히 부실했다. 채권단과 임시경영자는 매각에 앞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자산가치를 높였어야 하는데도 ‘시체로 팔면 너무 싸니 숨이나 붙여놓고 팔자는 인공호흡’으로 일관했다.

노조 역시 구조조정에 협조해 회사 살리기에 동참했어야 하는데도 ‘생존권 확보’라는 명분에 매달려 또 하나의 악역을 하고 말았다는 것.

이제 좋은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래도 대우차에는 많은 중요한 자산이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가진 뛰어난 품질대비 가격경쟁력이 그 하나요, 대우차 네트워크 안의 사람들이 아직 유지하고 있는 창의와 열정이 또 하나다. 이 자산들을 결합하면 대우차는 미래에 경쟁력을 회복하고 한국 자동차산업의 한 축으로 부활할 수 있다.

입사 7년째의 대우기술연구소 선임과장인 저자는 ‘보이지 않는 관군을 기다리다 마침내 떨쳐 일어난 의병의 심정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러나 책 전체를 걸쳐 그가 목타게 호소하는 것은 ‘의병정신’이 아닌 ‘실사구시 정신’ 이다. 정부 금융권 노조 각자가 공리공론과 이기심 대신 백년대계를 세우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더라면 오늘의 위기는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뼈아픈 외침이다.

그러나 저자의 외침은 ‘대우차에 관한 메시지’로 끝나지 않는다. 그의 분석은 60년대 이후 형태만 바뀐 채 지속돼 온 ‘한국병’의 핵심을 겨냥한다.

“60년대는 박정희식 시스템이 있었다. 중후장대형 제조업에 돈을 퍼주면 고용과 수출이 알아서 풀린다는 경제관이었다. 오늘날에는 DJ식 시스템이 있다. 금융기관에 돈을 퍼주면 금융기관이 자산건전성을 높여주고 알아서 산업을 살린다는 경제관이다. 그러나 두 시스템은 기업 금융 관료의 지능과 노하우를 무시하고 자원의 합리적 운영을 도외시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그런 점에서 60년대 이후 한국경제는 여전히 ‘지식중시’가 아닌 ‘지식경시’의 경제다.”

마지막으로 또하나 반갑지 않은 소식이 있다. 회사를 팔더라도 그 전에 최대한 자산가치를 높이자는 저자의 호소는 아직 먹혀들지 않았다.

최근 신문들은 대우차의 GM 매각이 임박했으며 그 인수가격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