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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 NO!…호텔형 고급 실버타운서 '금빛 여생' 보낸다

입력 | 2001-05-20 18:34:00

진료소


◇老? NO!…실버타운서 '금빛 여생'

…“노인들도 나름대로‘나만의 세계’가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개인 생활을 중시하듯….”

9일 공식 개관한 경기 용인시 기흥읍 고급실버타운 ‘노블카운티’에 살고 있는 이선화 할머니(82)는 요즘 젊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6남매를 모두 분가시키고 20여년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단독주택에서 혼자 살았던 이할머니는 비슷한 여건의 노인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고 취미 활동을 하면서 삶의 활력소를 되찾은 것.

제헌 국회의원의 부인으로 한때 의류공장과 출판사를 경영하기도 했던 이할머니는 “몇 년전 미국 시카고대 교수로 있는 아들집에 갔을 때 근처에 있는 고급 실버타운에 가본 적이 있었다”며 “노인들이 풍요롭게 사는 것을 보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설이 생기면 들어가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주거공간은 물론 문화, 스포츠, 의료 등 각종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호텔형 고급 실버타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출가한 자식들과 번잡하게 살기보다는 부부 또는 친구들과 시설이 좋은 곳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려는 노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

▽어떤 곳이 있나〓삼성생명이 운영하고 있는 노블카운티가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에서 자동차로 50분거리에 있는 신갈저수지 인근 6만7000여평 부지에 건설된 노블카운티는 고급 콘도를 연상시킨다. 아파트형 주거공간 540여가구외에 생활문화센터, 병원, 식당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다. 노인 건강에 적합한 영양식과 청소 및 세탁 서비스도 제공된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헬기가 15분안에 급파돼 후송한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서울시니어스타워는 도심에 있어 자식들이 찾기 쉽다는 것이 장점. 송도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이곳도 주거와 의료서비스는 물론 각종 교양강좌 등 노인들에게 필요한 모든 서비스가 제공된다.

▽비용은〓시설이 좋은 만큼 보증금이 다소 비싼 편. 노블카운티의 경우 층이나 조망 방향에 따라 30평형이 2억4300만원, 36평형이 3억∼3억5000만원, 46평형이 4억∼4억6000만원, 50평형이 3억9000만원, 56평형이 5억원, 72평형이 5억5000만∼8억3800만원선. 월 관리비는 평형에 따라 1인의 경우 110만∼160만원, 2인 입주는 평형과 관계 없이 70만원이 추가된다.

▽사는 사람들은〓은퇴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의외로 많다. 노블카운티의 경우 전체 입주자의 3분의 1 가량이 현직 기업인이나 의사 변호사 등이다. 이들은 낮 시간에는 서울의 직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 돌아오는 전원주택형 라이프사이클을 갖고 있다.

지역별로는 대표적인 부촌인 서울 강남지역이나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등에서 살다가 옮겨온 사람들이 대부분. 노블카운티가 서울 강남권과 가까운 용인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보증금과 입주 비용을 감당할만한 재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

▽왜 인기를 끌까〓전문가들은 핵가족화와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지면서 ‘자기 생활’을 하고 싶은 노인들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최성재교수는 “능력있는 노인들이 자녀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자적인 노년생활을 즐기고 싶어하는 추세”라며 “앞으로 노인들의 경제적 수준에 맞춰 차등화된 실버 산업이 크게 활성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블카운티' 김미은 간호과장…"여가생활 편안, 자녀들도 안심"

“경제적 능력만 된다면 우리 부모님도 이 곳으로 모실 거예요.”

노블카운티내 진료소에 근무하고 있는 김미은 간호과장(37·사진)은 “24시간 성심성의껏 노인들을 보살피는 노블카운티 시스템을 보면서 실버타운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97년 9월부터 노블카운티 클리닉 개설에 관여해온 김과장은 삼성서울병원 수간호사 출신. 노블카운티로 처음 옮겨올 때는 실버타운이 ‘노인들끼리 적적하게 모여사는 마을’로만 알았다고 한다.

“삼성생명에서 나온 직원들과 여러차례 기획 회의를 하면서 진정한 실버타운이 어떤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인력의 완벽한 보살핌과 편리한 생활이 노인들에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거죠.”

김과장은 노블카운티 입주자나 가족 대부분이 이런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들이 처음에 실버타운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던 자녀들이 노블카운티에 직접 와보면 대부분 생각이 달라지는 것도 같은 이유.

“입주하신 노인들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에게 이런 효도는 처음 받아본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자식들도 직원들의 친절한 태도가 오래 지속될지 걱정된다는 농담까지 하시죠.”

김과장은 “부모나 자식들이 같이 살면서 서로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수시로 만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