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제통 의원 12명과 주요 경제장관 5명이 ‘넥타이를 풀고’ 하룻밤을 같이하며 경제현안을 논의한 ‘여야정(與野政) 경제정책 포럼’은 ‘절반 이상의 성공’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물론 참석자들은 이번 정책토론회에서도 국가채무문제 등 예민한 현안에 대해서는 기존의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다. 일부 사안의 경우 서로 얼굴을 붉히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야정이 6개 부문의 경제정책방향에 합의해 공동발표문 형태로 내놓은 것은 당초 예상보다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하루속히 처리해야 할 주요 법안처리에 합의함으로써 그동안 ‘샅바싸움’만 벌여온 여야가 일단 ‘경제 살리기’를 위해 노력한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준 것은 인상적이었다. 여야정이 앞으로 이런 모임을 활성화하자고 합의한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여야정 합의사항 어떤 내용들인가〓이번 합의사항 중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현재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설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 참석자들은 건설업 활성화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하고 신축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일정기간 면제해주는 등 주택관련 세제(稅制)를 개편키로 합의함으로써 후속조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도소득세 조정의 구체적 윤곽은 재경부가 이달 말 세제발전심의회를 거쳐 발표할 올해 및 중장기 세제개편방향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또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키 위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여야 공동발의로 기업구조조정특별법을 제정하고 도산 3법 통합도 조속히 추진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이 법이 만들어지면 부실징후기업의 판정에서 채권단의 처리까지 구조조정의 전 과정이 지금보다 훨씬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적자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공적자금 성격을 지닌 공공자금에 의한 구조조정 지원을 가능한 한 줄이겠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공공자금은 재정경제특별회계에 속해 국가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공공자금관리기금, 예금보험공사의 차입금 등으로 지금까지 30조원 가량이 구조조정에 투입됐다. 공공자금은 예금보험기금채권 발행 등에 의한 공적자금과 달리 국회동의를 받지 않아도 돼 남용이나 편법의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돼 왔다.
여야정은 또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재정건전화법 예산회계법 기금관리법 등 ‘재정관련 3법’을 제정 또는 개정키로 했다. 외환위기 후 국가채무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세계(歲計)잉여금 전용에 관해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구체적 처리과정에서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