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공사 입찰에 도입된 ‘최저가 낙찰제’ 때문에 부실공사와건설업체 부실 등 ‘겹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 및 연구기관에 따르면 이 제도 시행 후 공사원가에 못 미치는 ‘출혈 수주’ 사례가 늘어 수주 업체들이 부실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출혈 수주’ 배경과 업계의 가슴앓이〓정부는 1월부터 1000억원 이상의 공사에 대해서는 ‘입찰자격사전심사(PQ)’를 통과한 업체에 대해 가장 낮은 가격으로 응찰하는 업체에 공사를 맡기고 있다.
제도 시행 후 7건의 공공 공사 낙찰가격은 공사 예정가의 60% 수준에서 결정됐다. 이는 지난해의 평균 낙찰가 73∼75%보다 최고 15%포인트가 낮은 가격이다. 업체들은 수지(收支)를 맞추기 위해서는 공사 예정가의 최소한 75% 가량은 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PQ제도는 낙찰자를 선별하는 기능이 유명무실해 사실상 불과 1% 이내의 응찰 가격 차이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된다. 올해 시행된 7건의 입찰에서 PQ를 통과한 업체는 20∼50개사에 이른다. 낙찰가가 60%에 몰리는 것은 공공공사를 보증하는 2개 금융기관인 서울보증보험과 건설공제조합의 보증거부 기준이 토목공사는 ‘예정가 대비(낙찰률) 60%’이기 때문.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은 “물량이 적은데다 경쟁이 심하고 공사를 따내지 않으면 최소한의 운영비도 마련할 수 없는 업체들도 많아 덤핑이 성행한다”고 말했다.
▽개악(改惡)된 제도라고 주장하는 이유〓건설교통부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이 제도를 시행, 글로벌스탠더드에 맞고 입찰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는 공사수행능력 등을 평가하면서도 ‘예정가 대비 73%’ 이하로 응찰하면 입찰 자격을 박탈했다. 따라서 업체들은 하한선 73%에 1∼2%포인트의 가격을 얹어 응찰했다.
A업체의 한 임원은 “선진국에서는 사전 능력평가를 통해 걸러져 3∼5개 업체만이 입찰에 참여하므로 출혈 수주는 나타나지 않지만 한국은 수십개의 업체가 참여해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대책은 없나〓업계는 보증거부기준 낙찰률을 70% 이상으로 높여 최소한의 공사비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PQ를 강화해 경쟁력 있는 업체가 공사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교부 이춘희(李春熙) 건설경제국장은 “사실상 ‘입찰 운(運)’에 의해 낙찰업체가 결정돼 건실한 업체는 공사 기회가 적어 부실화되고 부실한 업체는 출혈 수주로 더욱 경영이 어려워지는 등 문제가 있다”며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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