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20일 대구 월드컵경기장 개장식에 나란히 참석, 18일 광주 망월동묘역 만남에 이어 이틀 만에 다시 조우했다.
두 사람에게 대구 경북(TK) 지역은 특별한 곳. 이곳 출신인 김 대표는 민주당 취약지인 TK의 민심을 되돌리고, 이를 발판으로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에 따라 최근 이 곳을 자주 찾고 있다. 반면 이 총재의 TK행은 텃밭 민심을 단단히 붙잡아두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양측은 이날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였다.
이 총재의 경기장 개장 축사 장면이 운동장에 설치된 2대의 대형 멀티비전으로 5분간 생중계된 반면 김 대표의 연설 모습은 중계되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들은 “대구시장이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그런 것 아니냐. 조직위원장 나오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민주당측은 또 “시축한 공에 이 총재와 김 대표가 나란히 사인했는데, 진행본부측이 이 총재 사인 부분만 장내 방송으로 알렸다”고 주장했고 “대구시 지체장애인협회측이 김 대표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려는 것을 진행요원들이 방해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두 사람이 경기장 내의 다과회장에서 만났을 때도 양측 지지자들이 경쟁적으로 박수를 보내고 환호성을 지르는 등 세 과시에 열중해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 대표의 방문에는 김덕규(金德圭) 박상희(朴相熙) 유재건(柳在乾) 장성민(張誠珉) 장태완(張泰玩) 정범구(鄭範九) 의원 등이 동행했고, 이 총재는 박근혜(朴槿惠) 강재섭(姜在涉) 부총재 등 TK 의원들과 함께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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