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에 대해 ‘제주 민중이 일으킨 반미구국항쟁’이라는 북한의 시각 및 평가와 일치하는 주장을 일부 폈더라도 그 동기가 진상 규명이나 사건 당사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라면 국가보안법상의 ‘이적 표현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손지열·孫智烈 대법관)는 4·3사건과 관련해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내용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제작 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비디오 제작자 김동만씨(33)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15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제작한 비디오는 4·3사건을 남한 5·10 단독 선거에 반대한 자발적 반미구국투쟁으로 규정하는 등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내용을 일부 담고 있지만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위한 동기에서 제작한 사실 등에 비춰 이적 표현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씨는 94년 제주도 의회에서 구성된 4·3 특별위원회 조사 요원으로 일하면서 4·3사건을 다룬 비디오 ‘잠들 수 없는 함성, 4·3사건’을 제작해 대학가 등에 배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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