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스승이 구타당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씁쓸함을 맛본다. 선생님의 권위는 끝 모르게 추락하고 사제간의 신뢰와 애정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교육현장의 붕괴’도 귀에 익숙한 단어이다. 여기에는 학생 자체의 문제부터 전반적 사회환경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전문의의 관점에서는 사회 분위기의 변화 및 부모의 역할에서 그 원인의 일부를 찾는다.
청소년기는 자율성을 확립하고 정서적 독립을 획득하기 위해 부모나 선생님 같은 권위적인 인물에 대해 반항적이고 거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때 부모로부터 독립해 나가는 과정을 격려하고 존중해 주는 따뜻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청소년은 권위적 인물에 대한 반항과 거부 태도가 감소하고 충동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요즘은 가족끼리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거의 없다. 아이들은 밤늦게야 집에 돌아오고, 아버지 역시 시간과 정신적 여력이 없으며 어머니가 자식과 함께 하는 시간도 줄어드는 추세다. 가족간에 따스한 정을 나누는 일이 어려워지면 청소년의 자아발달에 문제가 생겨 권위적 인물에 대한 반항과 적대감이 증가하고 공격적 행동을 하게 된다.
청소년기는 자기 존중감(self-esteem)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자기 존중감이 낮으면 우울, 불안에 빠지고 과민성, 공격성, 충동성 및 소외감이 높아진다. 부모가 자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야단만 치면 자기 존중감이 낮아져 좌절, 분노하면서 선생님과 같은 권위적 인물에게 반항적, 공격적이 된다.
청소년기는 정신적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가지면서 정체감(identity)을 확립하고자 애쓰는 시기이다.
또한 ‘자신과 자신의 생각은 매우 특이하다’는 개인적 우화(personal fable)를 갖기 때문에 어른들이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아 정체감을 획득하고 심리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청소년은 공부 외에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고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최근의 사회분위기는 공부 외의 활동을 극히 제한하고 있다.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발달할 무렵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동화(identification)’이다. 즉, 부모 등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의 행동, 생각, 가치관 중 일부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부모가 윗사람을 공경하지 않는 모습, 선생님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면 자녀 역시 부모를 따라하게 된다. 자녀를 때렸다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을 구타하는 학부형이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
선생님을 무시하는 아이는 부모나 사회관습, 도덕 등도 무시하게 되며 성인이 된 뒤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워진다. 내 아이는 남과 다르게, 똑똑하게 키우겠다는 생각보다 선생님과 웃어른을 존경하고 따르는 아이로 키우겠다는 부모들의 생각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창화(을지의대 교수·정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