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61)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5월12일 본보 A26면에 로버트 김과 그로부터 미국의 기밀을 넘겨받았던 위싱턴 주재 무관 백동일 대령(예편)이 애절한 편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처음으로 보도된 뒤 지금까지도 수많은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필자의 e메일과 동아닷컴 게시판에 올라온 수백명이나 되는 독자들의 의견은 동아일보와 필자만을 향한 것은 아니다. 정부와 대통령 등 이 나라 지도자, 그리고 우리 국민이 함께 나누어야 할 소중한 의견들이 대부분이다.
우선 많은 독자들은 로버트 김이 ‘조국’인 한국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미국의 군사기밀을 백 대령에게 넘겼는데 정작 한국 정부는 그를 돕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애국자를 버리는 무정한 나라’‘숨은 애국을 조국은 이렇게 배신하는구먼’ ‘누가 대한민국을 위하겠는가’ ‘나는 늘 한국사람인 것이 부끄럽다’라는 제목의 글들에 그런 독자들의 의견이 담겨 있다. 이런 독자들은 당연한 귀결이지만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정치9단이신 높으신 양반님들께 호소합니다’ ‘노벨상의 이름을 걸고서라도 김 대통령은 발벗고 나서야 한다’ ‘대통령 관계장관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등등의 글에는 정부와 지도자를 향한 호소가 때로는 강한 질책과 함께 들어 있다.
미국 시민인 로버트 김의 신분을 따져가며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글을 보내준 독자들도 있었다. ‘미국시민과 한국시민’ ‘미국은 죄 없다’ ‘미국 시민이 된다는 것과 미국 공무원이 된다는 것’이란 글들은 우리가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감정적 생각으로 로버트 김을 옹호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독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한 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독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그 바닥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절감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태어나 살고 있는 이 땅을 싫든 좋든 조국이라고 부르면서 필요하면 몸을 바쳐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독자들은 그런 맥락에서 조국을 위해 헌신한 로버트 김을 방치하는 듯한 정부가 못마땅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민철’이라는 이름의 독자가 쓴 ‘이완용의 매국은 최선의 선택’이라는 글이 바로 그 공통점을 잘 설명한다.
강씨는 곤경에 빠진 탈북 국군포로와 한국교민 관광객 등에 대한 한국공관의 홀대 등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뒤 “로버트 김은 참 바보 같기도 하여라.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거의 무신경이라는 것을 진작에 알아야 하는데…. (매국노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완용의 심정을 한번 생각해 보기만 했어도 그런 험한 꼴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조국에 충성을 다해서 보상은 받지 못하더라도 ‘조국이 결코 나를 잊지 않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국가의 기본적 의무를 망각한 대한민국이 과연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
이런 독자들의 의견이 바로 여론이다. 정부는 이런 독자들의 뜻을 되새겨 로버트 김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해야 한다.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