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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토이, 노래도 인생도 쉬엄쉬엄

입력 | 2001-05-21 18:34:00


‘토이’의 유희열(30)은 흐르는 강물처럼 산다.

94년부터 ‘토이’라는 별난 그룹을 결성해 혼자 작사 작곡 편곡을 하고 노래만 객원 가수들에게 맡긴다. “낭독형 노래는 직접 부를 때도 있다”지만 아무튼 ‘토이’는 정규 그룹도, 솔로도 아니다.

서두르는 것도 없다.

새 음반(5집)도 2년반 동안 쉬엄쉬엄 만들었다. 매니저는 “그가 오래 쉬기 때문에 나는 부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여유나 편안함 덕분일까.

그는 이제 20대 여성팬의 갈채를 받고 있다. ‘토이’브랜드 하나만 믿고 음반을 들어보지 않고 구입하는 팬들이 있다. 그의 열렬한 팬인 이혜숙씨(24)는 “‘토이’는 타이틀곡보다 음반으로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토이’브랜드의 특징은 치밀한 음악적 구성과 옆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구어체의 가사다. 새 음반에서 가수 김형중이 부른 타이틀곡 ‘좋은 사람’은 발라드인데도 시어(詩語)적 표현이 거의 없다.

유희열은 “다른 재주가 없어 그렇게 쓰지만 오히려 차별화를 이룬다”고 말한다. 이 노래는 가수 이승환이 이철민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해 더 느린 발라드로도 불렀다.

음악적으로는 사운드나 선율이 진지하고 풍성하다. 새 음반의 수록곡 ‘페르마타(잠시 쉼)’ ‘콤플렉스’ ‘첫사랑’ 등이 심각하다면 ‘좋은 아침’은 편안한 쪽. 수록곡들은 유희열이 성대와 여러 악기를 통해 감성을 어떻게 이끌어내는지를 잘 들려준다. 이처럼 그의 음반이 폭넓게 수록곡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초가 든든하기 때문이다.

그는 군복무 3년을 포함해 서울대 음대 작곡과를 10년째 다니고 있다. 그는 “작업량이 많아 시간을 못내는데 학교에서 유명인일수록 제대로 해야 한다며 봐주지 않는다”고.

유희열은 ‘토이’를 떠나서도 인기 작곡가다. 그가 지금까지 작곡한 노래는 ‘당부’(이승환) ‘조조할인’(이문세) ‘환생’(윤종신) 등 히트곡을 비롯해 200곡이 넘는다.

주위에 음악하는 30대 중반의 선배들이 음악과 생활을 혼돈하는 모습이 아직 익숙지 않다. 유희열은 음악외적인 일은 매니저에게 일임한다.

“생활은 음악의 무덤인 것 같아요. 결혼도 한참 뒤에 ‘결심’할 겁니다.”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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