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벌써 오후 4시군.’ 힐튼호텔 정원사 김창곤씨(30)는 호텔 후원 잔디와 나무를 손질하다가 산신령처럼 수염 기른 체육복 차림의 할아버지를 보고 혼잣말을 했다. 이처럼 조해석옹(71)은 남산의 ‘칸트 할아버지’로 불린다. 지난 11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애견 ‘금비’과 함께 오전 6시, 오후 4시 하루 두 번 1시간씩 남산 산책을 해오고 있기 때문. 금비는 금빛이란 뜻을 가진 스코틀랜드산 콜리종. 1990년 건설회사를 처남에게 물려주고 은퇴했을 때 친척에게 선물 받은 강아지가 이제는 산책길의 든든한 동반자가 됐다.》
조옹과 금비는 힐튼호텔 직원은 물론 산책로 근처에 살고있는 주민 대부분이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 인사’다. 조옹과 금비와 기념촬영을 하고 돌아간 장기체류 외국인도 10여명이나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체력 순위가 세계 97위래. 체력은 국력이라는데….”
26세부터 보디빌딩을 시작해 감기 한 번 앓아 본 적 없는 조옹의 몸매는 20대 보디빌더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한 달 전 국민체력센터에서 받은 체력테스트 결과도 ‘20대’로 나와 검진한 의사가 혀를 내둘렀다. 특히 몸의 체지방 지수가 9.5로 프로 운동선수들의 평균 체지방 지수인 13∼15보다 낮았다.
“사람들은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면 ‘우르르’ 그쪽으로 몰리지. 방송에서 의사가 비타민이 좋다면 약국의 비타민이 동이 나고…. 하지만 그런 거 다 소용없어.”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식사만 잘 하면 그게 비타민이고 산삼 녹용이란 것이 조옹의 지론.
“운동할 시간과 장소가 없다고? 그거 다 핑계야!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등 운동기구 없이 방안에서 하는 운동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어.”
조옹은 6월29일부터 열리는 ‘미스터 코리아 선발대회’에 50세 이상 중년부문에 출전한다. 대한보디빌딩협회에 정식 등록된 선수 1500여명중 최고령 선수다.
조옹은 요즘 대회를 위해 오전 5시반 일어나 산책을 마치고 오전 7시 대우건설 근로자 300여명에게 건강체조를 가르친 후 하루 4, 5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서 안 물어봐. 내가 한번 맞혀 볼까? 아직도 일주일에 2, 3번은 거뜬해. 그러고 보면 우리 마누라 남편 하나는 잘 만났지.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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