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성시경(22)이 올 상반기 최대의 발라드 재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처음처럼’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데뷔 음반이 두달만에 9만장을 넘었다. 미디어신나라가 집계하는 주간 판매 차트에서도 9위. 히트곡을 모은 컴필레이션 음반이 톱10 중 절반임을 감안하면 신인 성시경의 오름세는 눈부시다. 신인 중 이만한 반응은 ‘새’의 ‘싸이’와 맞먹는다.
그의 인기는 사인회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13일 서울 교보문고에 이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음반매장 ‘틴 팬 앨리’에서 열린 사인회는 500여 팬들로 성황을 이뤘다.
인근 극장의 ‘친구’영화표를 사려는 줄로 보였던 이들은 오전 일찍부터 성시경을 기다리던 팬들. 성리나양(이화여고 1년)은 “가창력이 뛰어난데다 친근한 이미지로 내 또래에서는 인기가 으뜸”이라고 말한다.
‘처음처럼’은 피아노를 위주로 선율감이 빼어난 발라드. 감정의 기복이 거세거나 음역의 변화가 많지 않으면서 가수의 아련한 호소력이 오래 귓가에 남는 노래다.
이 노래는 최근 KBS 등 3사 라디오 PD들이 뽑는 ‘이달의 좋은 노래’에 선정됐다.
구김살없는 표정이나 외모도 그의 매력 중 하나다. 사인회 도중 얼굴을 들며 짓는 작은 미소에 팬들의 눈동자가 정지되기도 한다. 186cm의 키에 몸무게는 소속사의 권유로 10kg를 뺀 80kg로 균형잡힌 몸매다.
이런 점 때문에 TV에서 출연 섭외가 잇따르고 ‘제2의 조성모’라는 소리도 듣는다. 성시경은 “빅스타에 비유돼 싫진 않지만 나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인문학부 2년에 재학 중인 그는 삼수 끝에 대학에 갔다. 가수가 되려고 한 것은 세 번째 수능시험 직후. 그는 “삼수까지 했는데 점수가 변동이 없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자마자 공부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노래)을 하기로 맘먹었다”고 말했다.
데뷔곡은 2000년 1월에 나온 ‘발악(發樂)’에 수록된 ‘내게 오는 길’이다. ‘발악’은 음반 기획사 드림뮤직이 주관한 인터넷 가요제에서 입상자들의 노래를 묶은 음반.
이 음반에서도 성시경의 노래가 타이틀곡이 됐으나 반응은 신통치않았다. 그러다가 성시경의 독집이 나오자마자 팬들이 기다렸다는 듯 움직이고 있다.
요즘 신인들은 시장상황이 안좋아 녹음을 끝내놓고 출시할 엄두를 못낸다. 성시경은 ‘내게 오는 길’로 사전 정지 작업을 해둔 덕분에 지명도를 얻게 된 것. 게다가 성시경의 노래의 원조격인 ‘신승훈류 발라드’는 늘 고정팬이 형성된다.
성시경은 “승훈이 형처럼 뮤지션의 길을 걷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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