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극장에서 폐막된 제54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의 영광은 난니 모레티 감독(48·이탈리아)의 ‘아들의 방(La Stanza del Figilio)’에게 돌아갔다.
모레티 감독이 감독, 각본, 주연을 맡은 ‘아들의 방’은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이 몰고온 충격과 슬픔을 절절히 표현해 올 칸영화제에서 가장 유력한 수상후보로 꼽혔던 작품.
94년 ‘일기장에게’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던 모레티감독은 이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칸영화제에 참가한 끝에 최고의 영광을 안았다. 모레티 감독은 “이 영화가 힘겨우면서도 동시에 섬세하다는 평을 받았을 때 가장 행복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2등상격인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60·오스트리아)의 ‘피아노 선생’(La Pianiste)이 차지했다. 이 영화는 남녀 주연상까지 3개부문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피아노 선생’은 어머니의 압제 아래 뒤틀린 성적 욕망을 갖게된 피아노 여선생과 그런 그를 사랑하는 순수한 남자 제자간의어긋난사랑을그린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남녀 주연을 맡은 이자벨 위페르와 베노이트 마기멜은 섬세한 고난도의 피아노 연주를 잘 표현해냈으며 아울러 변태적 욕망으로 고통받는 영혼을 탁월하게 연기했다는 평을 받았다.
최우수각본상은 세르비아와 보스니아의 중립지대에 떨어진 양측 병사의 생존게임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풍자한 보스니아출신 신인감독 다니스 타노비치의 ‘주인없는 땅(No Man’s Land)에게 돌아갔다. 유럽영화는 본상 8개부문 중 5개 부문을 휩쓸었다.
미국 영화는 데이비드 린치와 코언 형제가 감독상을 공동수상하는 데 그쳤다. 린치 감독의 수상작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ive)’는 할리우드의 꿈과 현실, 희망과 절망을 특유의 수수께끼같은 이미지로 담아낸 작품.
코언 형제의 수상작 ‘거기에 없던 남자(The Man Who Wasn’t There)’는 1940년대 미국 중소도시의 한 이발사가 아내의 불륜을 이용한 범죄를 계획했다가 관련 인물들의 감춰진 비밀로 인해 함정에 빠져든다는 내용.
지난해 6개부문을 수상했던 아시아 영화는 대만의 ‘밀레니엄 맘보’(허우샤오시엔 감독)와 ‘거기는 지금 몇시죠’(차이밍량 감독)의 음향효과를 맡은 투두친이 기술상을 수상하는데 그쳤다.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은 자카리아스 쿠눅 감독(캐나다)의 ‘아타나유랏, 달리기 선수’(Atanarjuat, The Fast Runner)에게 돌아갔다. 쿠눅 감독은 에스키모족 중 하나인 이누이트족 출신.
한국영화로 단편경쟁부문과 시네파운데이션부문에 출품된 신동일 감독의 ‘신성가족’과 김영남 감독의 ‘나는 날아가고, 너는 마술에 걸렸으니까…’는 수상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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