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 54회 칸영화제의 수상결과는 유럽의 대승, 미국의 선전, 아시아의 참패로 정리할 수 있다.
유럽영화는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난니 모레티 감독의 ‘아들의 방’을 포함해 심사위원대상, 남녀 주연상, 각색상 등 5개부문을 차지했다. 미국영화는 각각 90년과 91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린치 감독과 코언 형제가 감독상을 공동수상했을 뿐 28년만에 경쟁부문에 진출한 애니메이션으로 관심을 모았던 ‘슈렉’(Shrek) 등은 수상에 실패했다.
지난해 무려 6개 부문을 독차지했던 아시아영화는 기술상 한부문 수상에만 그치고 말았다. 그나마 아시아영화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는 말까지 흘러나올 정도로 올해 아시아영화는 기대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
○…예측불허로 악명높던 칸영화제의 올해 수상결과는 관객과 언론의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난니 모레티 감독의 ‘아들의 방’은 현지에서 발행되는 각종 언론매체로부터도 최고점수를 받았고 폐막 하루전에 발표되는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감독상 수상작인 코언형제의 ‘거기에 없던 남자’나 각본상수상작인 다니스 타노비치의 ‘주인없는 땅’ 역시 좋은 평을 받았다.
가장 의외의 작품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노 선생’이었다. 전작 ‘퍼니게임’을 통해 폭력영화가 얼마나 불편할 수 있는가를 극단으로 보여준 하네케 감독은 우아한 피아노곡 선율에 포르노를 방불케하는 여성의 성도착적 행동들을 삽입, 찬사와 비난이 엇갈렸었다.
○…올 칸영화제 경쟁작들은 유난히 죽음과 슬픔을 주제로 한 우울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분석.
난니 모레티 감독의 ‘아들의 방’과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감독의 ‘나 집으로 돌아가리라’, 마크 레샤 감독의 ‘파우와 그의 형제’,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거리(距離)’는 자식이나 아내, 형제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
이밖에 차이 밍량 감독의 ‘거기는 몇 시죠?’나 에르마노 올미 감독의 ‘무기의 직업’, 코언 형제의 ‘거기에 없던 남자’등도 죽음으로 귀결된다.
칸영화제조직위가 지난 달 경쟁부문 출품작 23편을 발표하면서 올해 주요 부문 후보작들의 주제가 주로 ‘부조리하고 어두운 세상과 폭력에 관한 것’이라고 발표한 바와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