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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우리 동네 맛집 - 양양, 속초의 맛집들

입력 | 2001-05-22 14:17:00


◇ 양양 ◇

양양군은 속초와 인접한 중부동해안의 해안도시이다. 40여km에 달하는 길고 단조로운 해안선이 이어져 해수욕장이 많으며, 서쪽으로는 태백산맥이 남북으로 달리고 있어 설악산, 점봉산 등 높은 산들이 이어지고, 이 곳에서 발원한 하천들을 따라 경관이 수려하고 맑은 계곡이 많은 곳이다. 300년 역사의 절 낙산사, 기암절벽의 하조대, 공수전계곡, 갈천약수, 대성폭포,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서원 선림원지 등의 관광명소와 정암, 설악, 오산, 동호, 하조대, 죽도, 남애, 지경 등 해안의 풍광이 수려한 해수욕장들이 양양군 내에 있다.

양양 먹거리 중 첫째로 꼽을 만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막국수. 양양에는 동해안 막국수를 대표하는 막국수집인 입암리막국수와 실로암막국수가 버티고 있다. 주문진과 양양의 경계인 입암리에 자리한 입암리막국수는 까실한 메밀국수에 시원한 육수가 기막히게 어우러지는 곳이다. 68년 이래로 막국수를 해오고 있는데 지금은 버젓이 현대식으로 식당건물을 올리고 아들내외가 어머니를 모시고 식당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가 있지만 육수가 워낙 개운하다보니 물막국수가 나은 편.

실로암막국수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양양군에 속해있지만 위치는 속초와 양양의 경계를 이루는 속초비행장 앞에 있다. 정주영 회장이 건강이 좋았을 때에는 한달에도 서너번씩 이 집에 들려 막국수를 먹고 갔다고 하는데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이다. 일반적으로 막국수국물은 동치미국물 외에도 육수, 다시마, 멸치다시 등을 섞어 만드는 반면 실로암맘국수는 땅속 수백미터 속에서 퍼 올린 지하암반수로 담그는 동치미국물만을 육수로 사용한다. 게다가 김치까지 다져 올리기 때문에 맛은 이북의 김치말이에 가깝다는 느낌.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생미역과 달착지근하게 고추장으로 무친 무말랭이와 같이 내오는 제육도 별미다.

양양에는 강릉에서 발원하여 동해로 흘러가는 남대천이 흐른다. 남대천은 10월이 되면 하천을 찾아든 연어를 손으로 잡는 연어낚시가 유명한 곳이다. 물이 맑아 은어, 뚜거리 등 별미의 어종이 많이 서식하는데 남대천변에는 남대천의 뚜거리, 은어, 황어, 연어 등을 전문으로 요리하는 식당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진선미식당은 은어튀김과 추어탕과 맛이 비슷한 뚜거리탕을 별미로 끓여내는 집이다. 특히 연어의 계절인 가을, 겨울에는 반찬으로 연어를 구워주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 맛을 못잊어 다시 이 집을 찾곤 한다고.

또한 양양은 우리 나라 최대의 자연송이산지로 매해 9월이 되면 송이축제가 열리는 곳. 낙산과 양양읍내 중간에 위치한 등불은 등심구이와 자연송이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양양 일대에서는 질 좋은 한우구이를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집으로 송이의 계절인 가을부터는 자연송이구이도 상에 오른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송이가 준비 않되는 날이 많고 준비가 되어 있더라도 냉동제품으로 맛이 떨어진다는 것은 알아두자.

◇ 속초 ◇

속초는 산과 바다의 볼거리, 먹거리를 모두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설악산 외에도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호수 영량호, 바다로 나가는 속초의 관문인 청초호, 대포항, 척산온천, 속초해수욕장 등의 관광지가 있다.

속초의 첫손 꼽히는 먹거리야 말할 것 없이 인근 바다에서 잡은 다양한 해산물이지만 오히려 너무 횟집들이 많아 식당을 찾는데 기준을 잡기가 쉽지 않다.

바닷가 횟집이야 동해안 어느 곳이든 다 있는 것이니 차라리 항구의 어시장을 찾아 회를 즐기는 것도 속초스러운 재미가 물씬하다. 도시 전체가 횟집촌이라 해도 좋을 만큼 곳곳에 횟집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가볼 만한 재미가 있는 곳은 대포항, 동명항, 장사동 횟집촌이다.

양양에서 속초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대포항은 속초의 대표적인 항구 횟집촌이다. 그러나 일반 횟집촌과는 달리 건물에 자리잡은 어엿한 횟집들과 함께 다라이에 진기한 갖가지 생선을 담아 놓고 파는 포장횟집들이 같이 섞여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일반횟집을 찾자면 굳이 이 곳을 찾을 이유가 없다. 재미는 포장횟집이 좋다. 서울의 수산시장과 같이 "광어 한 마리에 얼마"하는 식이 아니고, 한 바구니에 광어도 한 마리, 놀래미도 한 마리, 멍게 몇 개, 해삼 몇 마리, 새우 몇 마리 등을 섞어 모듬회를 구성해 나가는 재미가 좋다. 그래서 이 곳에서는 가격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기보다는 가격은 미리 정해 놓고 바구니의 구성을 가지고 한판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 곳은 관광객들이 몰리다보니 장삿속이 심해 속초사람들은 별로 찾지 않는다. 그러나 길가에서 새우도 즉석에서 튀겨 팔고, 영덕게도 쪄주는 등 구경거리가 많아 아예 조금 바가지 쓸 생각을 하고 찾는다면 잔재미를 많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속초 여객터미날옆의 동명항은 차라리 어시장이라 하는 편이 정확하다. 항구 바로 앞에서는 배에서 내리는 생선의 경매가 그 자리에서 이루어지고 경매가 끝난 생선들은 곧 10여 개의 어시장 좌판으로 옮겨지며 소매가 시작된다. 대포항의 포장횟집의 생선 흥정과 같이 한바구니의 모듬회를 꾸며 가는 식이다. 동명항이 자랑하는 가장 큰 자랑은 100% 자연산만을 판다는 것이다. 이 것은 실제 시장을 가보면 확인을 할 수가 있다. 회를 사면 생선값의 10%를 내고 가게 앞의 아주머니들에게 부탁해 회를 친다. 따로 먹는 장소가 뒷켠에 간이로 마련되어 있지만 이 것은 재미가 없다. 회를 싸가지고 방파제에 앉아 뱃고동 소리와 갈매기 우는 소리를 들어가며 회를 먹는 것이다. 소주라도 한 병 차고가면 금상첨화다.

대포항이나 동명항에 비하면 장사동 횟집촌은 횟집이 많은 바닷가란 특징 외에는 별게 없는 곳이다.

속초에 왔으니 유명한 오징어순대를 거를 수 없다. 속초에서 오징어순대하면 단연 속초항 속초관광호텔 앞의 진양횟집을 친다. 싱싱한 오징어에 찹쌀, 시금치, 당근, 양파, 돼지고기, 당면 등으로 소를 채워 두었다가 손님상에 올리기 전 바로 쪄서 내기 때문에 오징어의 싱싱함이 그대로 살아있을 뿐 아니라 구수한 순대소도 아주 맛깔스럽다. 또한 진양횟집은 산 오징어와 가자미를 바로 잡아 해주는 물회와 회덮밥 또한 선인장횟집와 더불어 속초에서는 제일로 쳐주는 집이다.

진양횟집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동해생선구이는 즉석 생선구이 전문점이다.

매일 아침 속초항에서 구해오는 고등어, 꽁치, 가자미, 이면수, 연어, 도루묵 등을 부엌의 대형오븐에서 초벌구이를 한 후, 상에 있는 가스화로에 올리고 즉석에서 굽는다. 생선에 자글자글 기름이 돌며 구워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고인다. 특별하게 생선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서너 종류의 생선을 한 토막씩 모듬으로 구워오는데 따르는 밑반찬도 맛깔지다.

속초에서 최고의 해장국으로 치는 것은 물곰탕이다. 흐물흐물 추한 모습의 물곰, 일명 곰치는 동해안 어부들이 쓰린 속을 추스르기 위해 얼큰하게 해장용으로 끓여 먹던 것. 지금은 곰치국이란 이름으로 식당메뉴로 등장하며 일반인들에게도 최고의 해장국감으로 인기가 높다. 순두부같은 물컹한 생선살이 처음에는 비위에 거슬릴 수도 있지만 먹다보면 다시 찾지 않을 수 없는 별미스러움이 있다. 특히 무, 대파 등을 넣고 고추가루로 칼칼하게 맛을 낸 개운한 국물은 전날 밤의 숙취를 싹 가시게 해 줄만큼 개운하다.

동명항 부근의 사돈집은 속초시내에서는 물곰탕의 대명사로 통하는 식당이다.

속초항 부근의 백조횟집파도횟집은 회를 전문으로 하지만 전복죽을 잘 끓여 내는 집들이다. 전복이 워낙 비싸다보니 전복 외에도 버섯, 당근 등을 같이 넣고 죽을 쑤는데 부드럽게 감치는 맛이 일품. 서울의 유명 죽집들보다 한 수 위의 맛이다.

오징어와 가자미회를 고추장으로 버무려 국수와 비벼 먹는 회국수 또한 속초의 대표적인 먹거리다. 속초에는 20여 곳의 회국수집들이 성업중인데 속초 공설운동장 본부석 뒤켠의 속초회국수가 원조로 대접받고 있다. 속초에는 함경도 출신의 실향민들이 많다.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중앙시장 앞의 원조함흥냉면또한 속초 나들이에 뺄 수 없는 먹거리코스. 쫄깃한 면발과 진한 양념이 특징으로 맛이 다소 거칠다.

이른 아침 설악산의 정기를 머금은 미시령초입의 학사평에 들러 따뜻하게 순두부로 속을 채우는 것도 그만이다. 이름하여 학사평 순두부촌. 대부분의 식당들 옥호마다 할머니가 붙어 있는 것은 유명한 김영애할머니순두부의 영향.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몽실몽실 부드러운 순두부로 따끈하게 속을 풀어보자.

[eatncoo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