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에서 포수들의 방망이가 불을 뿜고 있다.
포수는 유격수와 함께 야수 중 수비 부담이 가장 큰 포지션으로 투수리드와 주자견제만 잘해도 수준급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올해는 방망이 솜씨마저 곁들인 포수들이 즐비하다.
공수를 겸비한 포수의 선두주자 격인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MVP) 박경완(현대)이 21일까지 홈런 10개로 공동 2위, 타점 33점으로 공동 4위에 자리잡은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
하지만 백전노장 김동수를 밀어내고 삼성 안방을 차지한 진갑용이 3할대 타율(0.313)에다 34타점으로 타점 공동선두에 오른 것이나 해태 2년생 포수 김상훈이 0.331의 고타율로 타율 공동 7위에 오른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변이다.
또 20일 SK와의 경기에서 한국인타자로는 처음으로 한경기 좌우타석홈런을 날린 최기문(롯데)과 최고인기를 구가하는 두산의 `파이터' 홍성흔도 각각 타율 0.284와 0.277로 보통 이상의 타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수비력의 한 척도인 도루저지율에서도 최기문(0.528), 홍성흔(0.468), 박경완(0.452), 진갑용(0.421), 김상훈(0.333)이 8개구단 포수 중 2~6위에 랭크돼 있어 이들의 맹타는 더욱 돋보인다.
기본적으로 타격자질을 갖추고 있던 젊은 포수들이 각팀의 붙박이 안방마님으로 자리를 굳혀 꾸준히 타석에 서면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불방망이의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아뭏튼 이쯤되면 매끈한 미트질과 강한 어깨만 갖춰도 수준급포수로 평가받던 시대가 지나고 화끈한 공격력까지 겸비해야 정상급 포수로 명함을 내 밀수 있게 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포수들의 맹타를 보는 팬들의 환호와는 대조적으로 각팀 코칭스태프는 새로운 고민을 안게 됐다.
대체로 인기에 민감한 젊은 선수들인 이들이 화려한 방망이에 취미를 붙이면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투수리드 등 수비측면에서 자칫 소홀해 질 수 있는 까닭에 각팀 벤치는 무작정 박수만 쳐 줄 수 없는 입장.
한문연 롯데 배터리코치는 '최근 타고투저의 추세속에 포수들이 좋은 타격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수비력임을 선수들에게 항상 주지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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