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 면에서 테니스 코트는 세계 어디에서나 똑 같습니다. 모든 테니스 코트 라인은 싱글인 경우 가로 78 feet, 세로 27 feet로 고정이 되어 있습니다. 더블 라인은 세로가 36 feet로 넓어지지요. 문제는 surface의 종류에 따라 court speed가 달라지기 때문에, 선수들의 play style에 따라서 어떤 surface에서는 이익을 보거나 또는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테니스 장이 야구장이나 골프장 같이 생김새가 제 각각인 것도 아니고 고작(?) 코트 바닥의 표면이 달라진 것 뿐인데 뭐가 대수냐! 다 실력이 없으니까 하는 핑계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 혹시 계십니까? ^^ 이런 분들을 위해서 오늘은 한 선수가 여러 가지 surface에서 골고루 잘하는 게 도대체 왜 그렇게 힘든지를 한번 짚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Court speed? What the…
테니스 코트 surface가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는 특별한 룰은 없습니다. Wood, clay, linoleum, canvas, concrete, asphalt, grass, 심지어 dried cow dung (India)까지…아무튼 별의 별 코트가 다 있는데요, 각자 색깔도 다를 뿐만 아니라 촉감도, 또 냄새도 다르게 납니다. 중요한 건 코트 표면이 얼마나 딱딱하냐 또는 소프트 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스타일이 달라진다는 점이죠.
일단 상식적으로도 테니스 공은 표면이 소프트 한 데 보다 딱딱한 데서 더 높게 bounce되겠지요? 예를 들어 테니스 공을 아스팔트 위에 떨어뜨렸을 때와 잔디 위에 떨어뜨렸을 때 공이 튀어 오르는 높이는 분명 차이가 납니다. 확실하게요.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velocity, 즉 공이 튀어 오르는 속도 인데요, 공이 날아와서 코트에 떨어졌을 때 소프트 한 표면은 bounce 하기 전에 공을 약간 잡아주기 때문에 느린 속도로 튀어 오르게 됩니다. 반면 하드 코트인 경우 공이 코트 표면에 닿으면서 미끄러져버리기 때문에 속도가 죽지 않습니다.
자, 이 두 가지 요소를 염두에 두고 가장 널리 쓰이는 surface - 클래이, 하드, 잔디 코트를 한번 비교해 보지요.
클래이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같은 하드 코트에 비해 소프트 한 surface입니다만, 잔디 코트보다는 딱딱하지요. 때문에 공이 꽤 높이 bounce되는 편인데다 속도가 한참 줄어들면서 공중에 오래 머물게 됩니다. Slow court의 대명사죠.
반면 하드 코트에서는 공이 비교적 높이 bounce 됩니다만, 문제는 경기 중에 공이 수직으로 표면에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지요? 대개 비스듬히 각도 있게 떨어지게 되는데요, 특히 라켓을 힘껏 휘둘러서 스피드 있게 날아오는 공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에 약간 미끄러지면서 계속 그 속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잔디 코트는 테니스 하기엔 매우 까다로운 surface입니다. 언제나 공이 낮게 깔리는데다 소프트 한 surface인데도 불구하고 속도도 별로 죽지를 않습니다. 왜냐하면 잔디는 반질반질한 데다 매우 미끄럽기 때문이죠. 가장 빠른 코트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그럼 기본적인 얘기는 이쯤에서 접고 surface 하나하나를 보다 자세히 분석해보지요. 일단 지금이 클래이 시즌이니 만큼 클래이 코트부터 출발하겠습니다.
Clay Court: The Most Beloved Court in Europe
클래이 코트는 세 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맨 밑은 견고한 흙으로 되어 있고 그 위에다 자갈을 깔아 놓습니다. 배수 처리를 위해서지요. 마지막으로 자갈 밭 위에다 입자가 아주 고운 흙을 뿌려놓는데요, 이를 dressing 이라고 부릅니다. 이 드레싱은 바람에 날리거나 흩어지기 쉽기 때문에 (미국 선수들은 ‘dirt’라고 빗대어 말하기도 하지요) 롤링(rolling)을 해줘서 평평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불규칙 바운스가 생기지 않겠지요. 또 덥고 건조한 여름에는 물도 가끔 뿌려줘야 하는 등 아무튼 손이 많이 가는 surface 랍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클래이는 유럽의 코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red clay인데요, 이것 말고 Har-Tru cour라고 불리는 green clay도 있습니다. 미국에 주로 있는 이 특별한 클래이는 red clay하고는 재료가 다르고 또 약간 빠르다고 하네요(그래 봤자 제일 느린 종류의 하드 코트 보다도 느리지만요). 클래이 코트를 잘 관리 하려면 이것저것 신경 쓸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니 실용적인 미국인들은 이 귀찮은 코트를 버리고 보다 관리하기에 편한 하드 코트를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열리는 ATP event 중 green clay 대회는 단 두 개 밖에 없을 정도로 그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코트죠. 전통을 중요시 하는 유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만…
관리자 입장에서 보면 신경 좀 써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player 입장에서 보자면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게 이 클래이 코트지요.
우선 소프트한 감촉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덜 받구요, 따라서 발목이 삐거나 하는 부상의 위험도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두 번째로, 아무리 롤링을 해 줘도 드레싱은 loose 해지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선수들이 반대편 가장자리로 넘어 오는 공을 받아 넘기기 위해 sliding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굳이 죽어라고 뛰어가지 않고 말입니다. 또, 선수들은 때에 따라 폭염 속에서도 경기를 해야 합니다. 만약 surface가 하드 코트라면 surface 재료로 주로 쓰이는 아스팔트나 고무가 섞인 콘크리트에서 발산하는 열 때문에 그 위에서 뛰는 선수들은 죽을 맛이겠죠. 그러나 클래이는 열을 흡수하는 작용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클래이 코트는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제때에 물만 뿌려주면 play 하는데 별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문자 그대로 cool~한 surface가 바로 클래이 코트랍니다.^^ 마지막으로, 클래이 코트에서는 공이 떨어진 자국이 남아 있기 때문에 line judge의 call이 미심쩍으면 chair umpire가 직접 가서 확인하고 최종 call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 주 로마 마스터스 시리즈 준준결승전 도중 line judge가 “fault” 라고 call을 한 걸 갖고 알렉스 코레자(Alex Corretja)는 상대 선수인 ‘구가’한테 직접 확인을 부탁하더군요. “나 아웃 맞아?” 그러자 ‘구가’는 공이 떨어진 자리를 이리 보고 저리 보더니 “너 아웃 맞아!” 라고 ‘최종 call’을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심판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어쨌든 클래이 코트 경기가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광경이죠.
Clay Courters
대체로 요즘의 미국 선수들은 클래이 시즌이 되면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데요,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클래이가 미국에선 귀한 코트기 때문에 그만큼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죠. 물론 미국 클래이 코트의 mecca 라고 불리는 따뜻한 플로리다 남쪽에 가면 여전히 많은 클래이 코트를 볼 수 있는데요, 이곳 출신인 크리스 에버트와 짐 커리어(Jim Courier)가 각각 French Open에서 각각 7번, 2번 우승한 것이 우연이 아니겠지요? 마찬가지로 거의 일년 내내 아웃도어 클래이 코트 테니스를 할 수 있는 스페인이나 남미 출신의 선수들은 다른 surface에서 play 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유난히 클래이에서만 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 선수들을 종종 ‘clay courter’ 라고 부르곤 합니다.
Clay courter가 되기 위해서 몇 가지 요구 사항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클래이에서는 공이 높게 바운스 할 뿐만 아니라 속도도 줄기 때문에 강 serve가 덜 위력을 발휘합니다. 또 여간해서는 한방에 winner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주로 topspin을 사용해 길게 공을 쳐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쉽게 공격하지 못하게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확실한 shot을 때리는 게 현명한 작전이죠. 클래이에서는 가끔 랠리가 극단적으로 길어지기도 하는데요, 이 경우 상대방의 error로 point가 결정이 나기가 쉽습니다. 따라서 이 surface에서 잘하려면 끈기, 참을성, 일관성, 또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가진 자가 여러모로 유리하죠.
클래이 코트에서 무려 125매치 연속 승리라는 대 기록을 갖고 있는 크리스 에버트는 유명한 Ms Consistency였구요, 짐 커리어, 토마스 무스터(Thomas Muster)같은 지나간 챔피언들 또는 마그누스 노만(Magnus Norman),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Juan Carlos Ferrero) 같은 현재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역시 consistency 면에선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clay courter들이죠.
자, 글이 좀 길어진 관계로 surface 공부는 일단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Grass court 공부는 아무래도 French Open이 끝난 다음에 하는 게 순서겠지요?
아, 참 샘프라스가 클래이에서 그 모양인 이유를 깜빡 잊고 넘어갈 뻔했군요.
Because his mother told him not to play in the dirt. ^^
mercury1999@hanmail.net
자료제공 :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