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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규민/나눔의 문화

입력 | 2001-05-22 18:29:00


미국의 한 언론이 복권 당첨으로 1000만달러(약 130억원) 이상의 ‘돈벼락’을 맞은 사람 가운데 5년 이상 된 70여명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이들 중 80%에 가까운 56명은 복권당첨 이후 더 불행해졌다고 대답했고 전보다 행복해졌다고 답한 사람은 불과 8명에 그쳤다고 한다. 목돈이 생기면서 차를 바꾸고 집을 바꾼 후 배우자까지 바꿀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은 가정이 파탄난 경우가 허다했지만 생활수준을 그대로 유지했거나 사회단체에 복금을 기부한 사람들은 행복감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부(富)는 거름과 같아서 축적되어 있을 때는 악취를 풍기지만 뿌려지면 땅을 기름지게 한다”고 말한 대로 함께 나눈 돈은 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구성원들에게 용기를 준다. 세계적으로 부의 사회환원에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다. 강철왕 카네기가 번 돈을 몽땅 털어 미국 곳곳에 도서관 2000개를 지었는가 하면 록펠러재단은 1만여명을 공부시켜 노벨상 수상자 60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는 하루 평균 1000만달러씩을 지구촌에 기부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특히 대학에 기부하기를 즐기는데 존스 홉킨스, 스탠퍼드, 코넬 같은 대학의 교명은 모두 거액 기부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미국 대학의 재정 가운데 15%가 기부금이며 하버드대의 경우 그렇게 해서 마련된 돈이 150억달러(약 19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금액은 우리나라 96개 사립대학 전체의 기금보다 6배나 많은 것이라고 하니 그 풍토가 부럽기 그지없다. 그런 과정을 거쳐 미국 사회의 지적수준은 한없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정문술 미래산업 전회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300억원을 기증키로 했다는 소식에 이어 울산에서는 중산동 주민 170여명이 대학유치를 위해 100억원대의 공동재산을 내놓았다. 또 6·25 때 맨손으로 월남해 사업을 일군 이연희 할머니는 장남의 모교인 연세대에 20억원대의 땅을 기증하고 돌아갔다. 이들이 보여준 나눔의 아름다움이 대학 캠퍼스에 단비처럼 내릴 때 우리 사회의 지적 갈증은 흠뻑 물기를 머금을 것이다.

kyu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