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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최용택/강-하천 준설은 물관리 기본

입력 | 2001-05-22 18:44:00


한국은 수자원확보, 수질개선, 수해방지 등을 위해 반세기가 넘게 물관리 대책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물 문제는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댐, 수중보, 하구둑 건설로 약 100억∼120억t의 수자원을 더 확보했는데도 갈수기 물 부족 우려는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질 개선을 위해 정화시설을 확대하고 분리하수관, 총량규제 등 각종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강과 하천의 자정능력은 상실되어 가고 있다. 수해 방지를 위해 댐을 건설하고 시설을 늘렸는데도 홍수가 나면 범람 우려와 침수 피해는 줄어들지 않았다.

많은 투자를 해도 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까닭은 강과 하천이 토사로 메워졌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는 아무리 시설을 더 늘려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물 관리정책의 일대 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상적인 강이나 하천은 하류로 흐르면서 수량이 증가한다. 그러나 토사로 메워지면 하류에서 수량이 감소하거나 심한 경우 바다로 물이 흐르지 않는다. 남한의 지하에는 약 1조5000억t으로 추정되는 지하수가 있다.

큰 댐이 없었던 시절, 갈수기에도 한강 낙동강 금강에 푸른 물이 흐르고, 규모가 작은 하천에도 많은 물이 모였던 것은 강바닥이 지하수위 보다 월등히 깊어 지하수가 강과 하천으로 흘렀던 까닭이다.

토사 퇴적으로 강바닥이 주변 지하수위보다 높아지면 지하에 많은 물이 있어도 강과 하천으로 흐를 수 없고, 오히려 댐에서 물을 방류해도 지하로 스며들어 강물이 마르게 된다. 이 결과 갈수기에는 물 부족과 수질악화 현상이 나타나고 홍수 때는 범람 우려와 침수피해가 발생한다. 일단 강과 하천이 토사로 메워져 황폐하면 댐건설, 정화시설 확대, 빗물펌프 등의 시설을 늘려도 물 문제를 해소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진다.

물 부족 현상과 수질악화, 수해피해 등 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황폐한 강과 하천을 원래대로 회생시켜야 한다. 강과 하천에 지하수가 유입되어 수량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물관리 대책이 될 것이다.

최용택(맑은물되찾기운동연합회 물정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