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高 쫓아 '脫 일산' 가속"
신도시 고등학교 평준화방안 발표이후 첫 입시를 6개월 가량 앞둔 지금 경기 고양시 일산지역 중3 학부모들의 최대 고민은 역시 ‘어느 학교를 보내야 하나’ 하는 것이다.
평준화 이후 가장 많이 변한 곳은 입시학원. 지난해만 해도 어느 학원에서나 일산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백석고반’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대신 ‘외국어고반’이 인기다.
한국학원 김영화 원장(58)은 “지난해보다 외국어고 진학반을 크게 늘렸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강사들이 수업하랴, 학부모 상담하랴 눈코 뜰 새가 없다”고 말했다.
중3인 큰딸 하늘이는 언어감각이 있어 외국어고를 보내고 싶지만 매일 파김치가 돼 학원에서 돌아오는 또래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썩 내키진 않는다. 대신 올 여름방학에는 한 달 정도 어학연수를 보낼 생각이다.
일산에서 공부 좀 한다는 중학생들의 가장 큰 걱정은 이곳에 외국어고 과학고가 없다는 것이다. 해마다 300여명이 서울 과천 안양 등 다른 지역의 특수목적고에 합격, 일산을 빠져나가고 있다. 평준화가 된 뒤부터는 우수학생들의 ‘탈 일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M외국어고 등 일산에서 비교적 가까운 학교가 아니면 합격한 뒤도 문제다. 집안 전체가 이사를 가기는 쉽지 않고, 친척집에 맡기거나 하숙 자취를 시키는 것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내년에는 일산에도 외국어고가 생긴다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역시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다. 주엽동에 사는 학부모 박모씨(40)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을 위한 대책은 없이 평준화만 결정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특수목적고를 갈 형편이 되지 않는 중하위권 학생들은 학교배정 방식에 관심을 쏟고 있다. ‘선 복수지원 후 추첨’ ‘근거리 배정’이 제시됐지만 근거리 배정이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고양시 전체가 단일 학군으로 묶여 있어 어느 학교에라도 배정될 가능성이 있다. ‘근거리’에 포함되는 지역은 현재 교육청이 전문가들과 함께 정밀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고양교육청 관계자는 “특정 고교 바로 옆에 산다고 해도 그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백석, 백신 등 명문고 진학률이 높아 일산신도시 내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던 오마중학교측은 ‘근거리 배정’보다는 ‘선 지원 후 추첨’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백석, 백신 등을 1지망으로 하는 것보다 조금 낮은 성적으로도 진학할 수 있었던 J, 또 다른 J고교를 1지망으로 하는 편이 ‘안전하게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이 학교 선생님은 “과거 명문고를 1지망으로 지원했다가 탈락하면 멀리 덕양구 외곽까지 배정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조금 낮은 성적으로 지원이 가능했던 학교로 눈을 낮추는 것이 좋을 것
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정균(39 ·경기 고양시 일산구)
pretty91@hananet.net
△경희대 졸업. 화실운영.
△인테리어 회사를 경영하는 남편과 중3 딸(하늘)과 중1 아들(솔).
△8년 전 한 미술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미술(서양화)에 입문. 아이들이 중학교 들어갈 때 십수년간 쓴 육아일기를 선물한 것이 가장 자랑스러운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