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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1885억원 투하, 초대형 '흥행 공습'

입력 | 2001-05-22 19:08:00


60년전 처참한 공습의 기억도 '마이더스의 손'인 할리우드의 연금술을 거치면 거대한 축제로 되살아난다. 21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영화 (Pearl Harbor)의 미국 개봉(25일) 전야제와 첫 공식시사회는 과거의 상처와 영웅들에 대한 기억을 불러내 미국이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영광의 뿌리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전쟁의 도화선이 됐던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소재로 삼은 은 을 함께 만든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와 마이클 베이 감독이 다시 손을 잡고 제작한 대규모 전쟁영화다. 단일 스튜디오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제작비 1억4500만달러(약 1885억원)를 들였다.

이날 진주만 항구에 정박된 건물 17층 높이의 항공모함 U.S.S.존 스테니스 CVN74호 갑판에서 열린 전야제 행사에는 전세계에서 온 600여명의 취재진들과 할리우드 스타들, 진주만 공습 당시 전몰장병 유가족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6시간이 넘게 진행된 이날 행사는 주제가를 부른 가수 페이스 힐의 공연으로 문을 열고 하늘을 현란하게 가르는 전투기들의 에어쇼가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공연직후 배 위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공개된 영화 은 1시간에 가까운 진주만 전투장면에 쏟아부은 물량만으로도 대작의 위용을 자랑한다.

일요일 아침의 한가로운 정적을 깨며 진주만에 침공한 일본 전투기들이 여섯 척의 초대형 군함과 공군기지를 폭격하는 장면을, 비행기와 지상의 시점을 오가며 사실적으로 촬영했다. 150명의 수병이 탄 150피트의 군함이 격침되면서 솟구쳤다가 가라앉는 장면은 을 의식한 듯 정교한 특수효과에 공을 들였다.

이 영화는 미 육군 항공대 파일럿인 죽마고우 레이프(벤 애플렉)와 대니(조쉬 하트넷), 간호장교인 에블린(케이트 베킨세일)의 삼각관계 멜로와 전투장면을 오가며 진행된다. 그러나 영화의 두 줄기인 전쟁과 멜로는 서로 단단히 결합되지 못하고 겉돈다.

오히려 일본 전투기의 빗발치는 폭격을 뚫고 출격한 레이프와 대니의 공중 전투, 두 사람이 진주만 공습이후 미국의 도쿄 폭격작전에 참가하는 장면 등 두 남자의 우정과 영웅적 행위가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차지한다.

제작진은 진주만 폭격이후 미국의 도쿄 폭격작전을 지휘한 지미 두리틀 중령(알렉 볼드윈), 일본군 폭격기 2대를 격추시킨 수병 도리스 밀러(쿠바 구딩 주니어) 등 실존 인물들을 허구의 인물들과 뒤섞어 미국인들의 애국심에 호소한다. 일본에 대한 원유공급 차단 등 일본이 진주만을 침공할 수 밖에 없었던 절박한 이유를 묘사하는 등 이 영화가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신경 쓴 흔적도 역력하다.

500만 달러를 들인 대대적인 개봉기념 행사를 치르며 영화 제작사인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는 을 능가하는 세계적 흥행돌풍을 기대하고 있다.

가 극장가를 휩쓴 국내에서도 의 개봉 스크린 72개보다 훨씬 많은(서울 80여개) 상영관에서 6월1일 개봉될 예정이다.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