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열을 올리면서 이달 들어 일부 은행에서는 중소기업대출 증가액이 가계대출을앞지르는현상이나타났다.
불과 달포 전만 해도 주택담보대출 등 소매금융시장에만 치중,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갑작스러운 변화다.
▼지난달 말부터 흐름 반전▼
▽중소기업 대출 불붙었다〓올들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전월대비 증감액)은 △1월 8045억원 △2월 -1034억원 △3월 4700억원으로 가계대출에 비해 훨씬 적었다. 4월 들어 1조8039억원으로 커졌으나 이는 각종 세금이나 배당금 등 중소기업의 대출수요가 집중된 측면이 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기피 추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4월말부터 바뀌었다. 은행들이 앞다퉈 우량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를 0.5∼1.0%포인트 낮추는 등 중소기업대출 유인책을 편 것. 이달 들어 20일 현재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달 수준을 이미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주택 농협 기업 신한 등 5개 은행의 대출 추이를 증감액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중소기업 대출은 1조1434억원으로 가계대출(4679억원)을 2배 이상 웃돌았다. 2, 3, 4월에는 가계대출 증가액이 훨씬 많았다.
▽변화의 배경〓은행권의 이 같은 대출변화는 수신은 크게 늘지만 마땅한 운용처가 없는데서 비롯됐다. 지난달 은행권 수신액은 8조5000억원, 이달 들어서도 3조원 가량의 돈이 들어왔으나 소매금융쪽은 포화상태인 것.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매금융쪽은 더 이상 시장이 없는 형편”이라며 “돈을 그냥 놔둘 수만은 없어 우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은행의 부실요인이 될 수 있다. 3월말을 기준으로 할 때 금리는 8.8%로 높고 연체율은 1.5∼1.6%로 낮은 가계대출시장에 비해 중소기업대출시장은 금리는 7.9%로 낮은데다 연체율은 2.4% 수준으로 높기 때문.
▼우량기업 여신확대 전략▼
▽문제점〓이 같은 변화는 중소기업 자금사정을 호전시킨다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4월 전경련이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중소기업 자금사정에 대한 문항의 답변이 1월 89, 2월 94, 3월 100, 4월 107, 5월 109(잠정·100이면 전과 같다는 뜻) 등으로 나타나는 등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특별한 자금수요가 없는데도 대출이 느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올 1·4분기 설비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7.9% 감소한 상태여서 현재의 대출은 단기 운전자금일 가능성이 큰 것. ‘싼 맛’에 돈을 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소리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중소기업에 3개월 한도의 단기 운전자금이 주로 대출되는 등 단기부동화현상이 심하다”고 말했다.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