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에서는 미술전시회인지 과학전시회인지 구분이 안가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지난 15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리는 ‘에덴동산’ 전시회가 그것입니다.
전시회에는 정말 에덴동산에 살았을 것 같은 수많은 식물들의 아름다운 그림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전시하고 있는 그림들은 16세기의 식물학자 레온하르트 푹스가 쓴 ‘식물사’에 실린 삽화들입니다.
푹스가 활동하던 당시 식물학 연구는 고대 그리스인의 식물지를 번역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푹스는 자신이 직접 관찰한 식물들을 서식지, 채집 가능시기 등과 함께 알파벳 순서로 정리해 식물학 연구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또한 이 책에는 지글러, 마이어, 퓰마우레 등의 화가들이 만든 사실적인 목판화가 실려 그 가치를 높였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푹스와 거의 같은 시기에 해부학에서도 미술이 과학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푹스의 식물사가 나온 지 1년 뒤인 1543년 출간된 베살리우스의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는 칼카가 그린 사실적인 해부도로 더 유명했습니다. 베살리우스는 실제 해부에 바탕을 둔 이 해부도를 통해 과거의 잘못된 연구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미술은 오랫동안 과학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르네상스 시기에 활약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은 뛰어난 화가이자 과학자였을 정도죠.
문득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그렇다면 ‘미술관 겸 과학관’은 어떨까요. 예를 들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들을 그의 해부도나 비행기 설계도와 같은 과학유물들과 함께 전시하는 것이죠.
올해는 푹스가 1501년 독일 바이에른에서 태어난 지 50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가 31년 동안 교수로 있었던 독일 튀빙겐 대학은 ‘푹스와 그의 시대’란 또 다른 전시회를 마련한다고 합니다. 그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 바로 미술관 겸 과학관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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