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 혼인 이혼 통계결과’는 결혼관이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혼적령기’라는 개념이 무색할 정도로 혼인 연령이 늦어지고 있으며 살다가 맘에 안들면 언제든지 각자 딴 길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그대로 통계수치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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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녀가 총각과 재혼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 ‘이혼녀〓실패한 결혼’이라는 등식도 별로 설득력이 없는 정도이다.
▽이혼은 ‘선택’〓지난해 부부 12만쌍이 갈라섰다. 하루 평균 329쌍이 헤어진 셈으로 1970년에 이혼한 1만1600쌍보다 10배로 늘어났다. 전체 인구 1000명당 2.5쌍이 지난해 ‘나홀로’ 길을 선택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 새로 배우자를 찾은 사람은 모두 33만4000명으로 99년보다 3만1300쌍이 줄었다. 이처럼 결혼이 줄고 이혼이 늘어난 것은 자기중심적인 삶을 추구하는 경향과 함께 학업과 사회활동을 결혼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만혼(晩婚)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평균 초혼 연령과 이혼 연령
구분
91년
95년
98년
99년
2000년
초혼
남자
28.0
28.4
28.9
29.1
29.3
여자
24.9
25.4
26.1
26.3
26.5
이혼
남자
37.2
38.4
39.8
40.0
40.1
여자
33.1
34.6
36.1
36.4
36.6
▽‘총각남과 이혼녀’의 재출발〓살다가 맘에 안 맞으면 헤어지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재혼이 늘고 있다. 남자의 재혼 비중은 91년 8.1%에서 지난해 13.1%로, 여자는 7.1%에서 14.5%로 높아졌다. 여성의 재혼이 남자보다 더 활발한 셈이다. 특히 총각남과 이혼녀의 결합은 91년 2.5%에서 지난해 4.9%로 늘었다. 재혼남과 재혼녀의 결혼비중도 같은 기간동안 4.9%에서 9.6%로 높아졌다.
총각남과 재혼녀의 결혼비중이 급증하면서 ‘누나 같은 아내’를 맞는 남자도 늘고 있다. 초혼부부중 여자가 연상인 경우가 10.7%이지만 재혼부부에서 여자가 연상인 경우는 18.1%나 됐다. 남녀가 동갑인 초혼 비율은 12.8%였다.
▽경제문제로 헤어지는 경우 늘어〓이혼한 부부들이 꼽는 이혼사유는 부부불화가 단연 1위. 가족간 불화까지 포함해 75.2%가 이혼이유로 꼽았다. 이어 경제문제가 이혼의 큰 원인이 됐다. 경제적인 문제로 서로 갈라선 경우는 10.8%로 91년 2.0%보다 무려 5배나 늘었다.
이혼한 부부들이 함께 산 기간은 4년미만이 31.7%로 가장 많았고 5∼9년이 23.0%,10∼14년은 19.0%,15∼19년이 15.4%를 차지했다. 특히 15년이상이나 함께 살다가 이혼한 비율은 91년 13.4%에서 지난해 26.3%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혼하는 당시에 20세 미만의 자녀를 두고 있는 경우는 70.4%나 됐다.
▽외국인과 혼인도 늘어〓지난해 1만2319명이 외국인과 결혼했다. 이는 전체 결혼의 3.7%. 99년보다 1749건이 더 늘었다. 남자의 경우 중국(3586건) 필리핀(1361건) 일본(1131건) 등 아이사권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자는 일본(2941건) 미국(1095건) 남자와 혼인하는 경우가 전체의 80.5%나 됐다.
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