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는 23일 서울시가 제2시립 화장장의 유력한 후보지로 꼽고 있는 청계산 일대의 생태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주민 포럼을 개최했다.
또 부지선정을 둘러싸고 ‘정치적 음모론’이 제기되는가하면 사이버 논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시 추모공원건립추진협의회측은 16일 주민공청회 절차가 사실상 끝났고 다음달 중 후보지 확정 발표만 남았다고 밝혔지만 서초구는 이번 포럼에 이어 25일 자체적으로 주민공청회를 열어 이에 맞대응할 방침이다.
▽님비 VS 환경?〓주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초구청 강당에서 열린 포럼에서 이창석 서울여대 환경학과 교수와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연구원 박사 등은 주제 발표를 통해 “청계산의 산림면적은 서울시 전체 산림면적의 22.2%에 해당돼 환경오염 정화기능이 뛰어나고 각종 희귀 동식물이 분포하고 있는 생태학적인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들은 “서초구가 공청회에는 무작정 불참하더니 뒤늦게 화장장 논의의 김을 빼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달아오른 사이버 논쟁〓서울시 홈페이지(www.metro.seoul.kr) 추모공원 토론사이트는 화장장 건립을 둘러싼 ‘온라인 전장(戰場)’으로 변해버렸다.
하나의 쟁점은 대규모 시설 논란. 시는 5만여평의 부지에 화장로 20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한 네티즌은 “시설을 집중시킬 경우 교통난 등을 초래하므로 구청별로 화장장과 추모공원을 조성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전역에 조성하는 것은 비싼 땅값과 시민의 인식 등을 고려할 때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쟁점은 화장장 공사에 참여할 SK그룹의 부지선정 개입 의혹. 고 최종현(崔鍾賢) SK회장의 유지에 따라 SK측은 화장장을 지은 후 서울시에 기부하기로 했다. 일부 네티즌은 “서울시 홍보물에 ‘고 최 회장의 유골이 추모공원에 안치된다’고 적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당시 홍보 문안은 착오였다”며 “SK 관련 인사의 유해를 안치하거나 광고물을 설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또 TV에 벽제화장장 배출구에서 시커먼 연기가 나온 장면도 논란이 됐다. 무색무취하다던 화장시설의 문제점이 제기되자 시설관리공단측은 “시설 용량을 초과해 화장로가 과열된 것일 뿐 신형 화장로는 그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정치적 의혹〓서울시가 강서구 오곡동, 마포구 상암동 등을 대상지로 검토하다가 돌연 서초구로 방향을 잡은 데 대한 정치적 음모론이 번지고 있다.
강서·마포구청장은 모두 고건(高建) 서울시장과 당적이 같은 민주당 소속인데 반해 서초·강남구는 야당인 한나라당의 아성이기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청와대에도 서초구를 선정한다고 보고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시측은 “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로 구성된 후보지선정위원들이 공정한 심사를 했을 뿐 어떤 정치적 의도도 배제됐다”고 일축했다.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