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지역 구두 미화원들의 모임인 일송회(회장 송규박).
65명의 회원을 둔 이 단체는 21년째 구두 뿐만 아니라 불우이웃들의 마음의 상처까지 닦아주고 있다.
일송회 회원들은 20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해오던 구두방의 문을 일제히 닫았다. 청주 시내에 있는 미인가 장애인 수용시설 ‘에덴원’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손에는 150여만원 어치의 쌀과 라면 화장지 등이 들려 있었다. 얼굴에는 함박 웃음이 한껏 피어났다.
이들이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80년 이 모임을 발족하면서부터. 생계 문제가 그런 대로 해결되자 남을 도와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회원들은 이 때부터 정부지원이 없어 곤란을 겪는 비인가 양로원과 고아원 등을 중심으로 불우시설을 연간 3차례씩 찾았다. 5월에는 ‘1일 구두닦이’ 행사를 열어, 10월에는 회비를 떼내, 12월에는 송년회를 생략해 비용을 마련했다.
97년부터는 청주시로부터 소개받은 소년소녀가장 50여명을 대상으로 매년 잔치를 열어주고 1인당 매월 3만∼5만원씩의 생활비를 보태주고 있다.
“당신들도 어려울 텐데. 왜 이런 걸 사들고 왔어.”
시설 노인들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찾아와 사진찍기에 바쁜 방문객들과는 달리 일송회 회원들을 맞이하면 볼을 부벼댄다.
이 모임의 박옥환 전회장은 “조부모나 동생에게 갖다주겠다며 잔치상의 음식을 챙겨넣는 소년소녀가장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며 “회원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누굴 돕는다기 보다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되돌아보는 가슴 뭉클한 시간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