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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서울시 재건축 5곳 직접심의 논란

입력 | 2001-05-24 18:39:00


재건축을 추진중인 잠실 등 서울 5개 저밀도지구 아파트에 대해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개입, 시기를 조정하겠다고 밝히자 해당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초 지구별로 가장 먼저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한 아파트단지에 대해서는 시기조정 심의를 거치지 않고 관할구청에서 자율적으로 사업승인을 내주도록 했던 서울시가 새로운 심의절차를 추가하는 바람에 사업추진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특히 민간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재건축 시기조정심의위원회’에서 지구내 뿐만 아니라 인근지구 아파트 단지까지 포함해 심의할 경우 사업 착수시기가 더 늦어질 것으로 보여 주민들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일관성 없다”〓주민들이 가장 문제를 삼는 부분은 지구별 최초사업 착수시기를 구청에 맡겨놓았던 서울시가 돌연 태도를 바꾼 것. 시가 다시 개입키로 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고려할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고시한 기본계획에 따라 단지별로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절차가 생기면 전반적인 사업 착수시기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평가에 의해 최초 사업단지가 선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논리.

이세원 잠실3단지 재건축조합장은 “구청에서 단지별 사업 추진상황과 지역여건 등을 담은 ‘체크리스트’를 작성, 심의평가 자료로 삼겠다지만 체크리스트 자체가 구청의 주관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 구에서 방침 변경을 공식 통보하면 조합원들과 상의,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불가피한 선택”〓서울시는 오히려 이번 조치가 저밀도지구 재건축을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청들이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단지 주민들의 민원을 우려, 사업계획승인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이 나서 객관적인 잣대로 평가하면 사업추진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

배경동 서울시 주택국장은 “이번 조치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부담스러워 사업계획승인을 내주지 못하고 있는 구청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시기조정위원회가 구청에서 만든 체크리스트를 기초로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될까〓주민들과 서울시의 의견 차이가 큰 만큼 최초 단지 선정에 따른 잡음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사업계획승인 전 단계로 건축심의를 받고 있는 단지의 주민들은 이번 조치로 사업추진 단계가 늦은 단지에 우선권을 빼앗길 경우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사업추진 단계가 늦은 단지에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방침을 바꿨다는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만약 제일 먼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단지가 조합원간 내분이나 시공사 부도 등으로 공사가 늦어질 경우 나머지 단지의 재건축도 연쇄적으로 지연될 우려가 크다. 이럴 경우 나머지 단지 주민들이 최초 단지를 다시 선정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전반적으로 사업지연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