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산호섬 이름에서 제목을 따온 ‘투발루(Tuvalu)’는 고전영화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판타지다.
순진한 청년 안톤(드니 라방)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낡은 수영장을 눈먼 아버지와 함께 관리한다. 그는 손님들이 붐비는 것처럼 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녹음테이프를 틀어놓고 뚱뚱한 관리인 아줌마는 돈 대신 단추를 입장료로 받는다.
어느 날 아름다운 소녀 에바(슐판 하마토바)가 선장인 아버지와 함께 수영장에 찾아온다. 에바의 옷 갈아입는 모습과 알몸 수영 장면을 훔쳐본 안톤은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그러나 안톤의 형 그레고어(테렌스 질레스피)가 수영장 건물을 철거하고 돈을 챙기려 하면서 위기에 빠진다. 게다가 사고로 숨진 아버지의 유품에서 환상의 섬 ‘투발루’로 향하는 해도(海圖)를 발견한 에바는 배의 기관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수영장 모터에서 훔쳐내려다 안톤과 실랑이를 벌인다.
형의 간계로 아버지가 숨지고 수영장 건물까지 무너지자 안톤은 에바와 함께 평소 꿈꿔오던 유토피아를 찾아 항해를 시작한다.
흑백필름으로 촬영한 뒤 장면에 따라 채색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예술감을 살렸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도 호칭이나 감탄사 등이 극히 제한돼 있고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과 상황을 표현, 마치 찰리 채플린의 연기를 보는 듯하다.
단편영화로 주목받아온 독일 파이트 헬머 감독(34)의 장편 데뷔작으로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 수상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26일 개봉. 15세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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