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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문학천재의 세대 뛰어넘는 우정

입력 | 2001-05-24 18:47:00


‘파인딩 포레스터(Finding Forrester)’는 영상시대에 문학에 대한 찬가 같은 영화다. 97년 ‘굿 윌 헌팅’에서 불우한 환경의 젊은 수학천재를 통해 이 시대에 진짜 천재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알려준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이번엔 문학 천재를 통해 책읽기와 글쓰기의 진짜 묘미가 어떤 것인지를 들려 준다.

뉴욕 브롱스의 빈민가에 사는 흑인소년 자말 월레스(롭 브라운)는 철저히 이중인생을 산다. 천재성을 타고난 그는 낮에는 흑인 소년들의 사교언어인 길거리 농구를 즐기지만 밤에는 키에르케고르, 제임스 조이스, 사드를 섭렵하는 자신만의 도락을 즐긴다.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당하지 않기 위해 학교성적도 중하위권으로 조절하던 그는 대학수능고사 예비시험에서 자신의 비범한 능력을 시험했다가 사립 명문고 농구장학생으로 발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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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건이 완전히 뒤바뀌게 될 사립 명문고의 제의를 받아들여야할까 말까 고민하던 그는 언제나 농구골대 위 방문 창가를 지키고 있던 괴팍한 노인의 방에 침입했다가 그가 자신과 비슷한 도락을 지녔음을 발견한다.

그는 단 한편의 걸작만 발표하곤 자취를 감춘 전설적 작가 윌리엄 포레스터(숀 코너리)였던 것.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만의 성에 갇혀 살던 포레스터는 자말을 통해 천재를 가르치는 즐거움에 빠져들고 자말은 30여 년 간 자폐증환자처럼 갇혀 살던 포레스터를 외부세계로 끌어낸다.

문학작품이 아닌 문학의 즐거움을 영상화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기존 작가가 아닌, 완전히 가공의 작가를 통해서라면 더욱 어렵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이를 문학작품의 창작이 아닌 문학적 분위기를 통해 구현한다. 그런 의미에서 숀 코너리의 기용은 탁월한 선택이다.

코너리가 그려낸 포레스터는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단 한편의 명저만 발표하고 은둔생활에 들어간 톰 셀린저와 가장 대중적 작가였던 헤밍웨이의 모습을 하나로 섞어낸 인물이다.

석양이 비치는 서재에서 하루의 글 쓰기를 마치고 코냑 한잔을 걸치는 포레스터의 모습은 바로 20세기 문학가들이 그려온 이데아다. 거기에 영미권 배우 중 가장 매력적이라고 정평이 난 숀 코너리의 육성이 만들어내는 글 낭독은 혼을 빼앗아갈 정도로 아름답다.

이런 음악적 아름다움은 포레스터가 자말에게 ‘초고는 가슴으로 쓰고 재고는 머리로 쓰는 것’이라며 타이프라이터를 칠 때의 리듬감을 일깨우는 순간에서도 발견된다.

16세의 나이로 자말역에 캐스팅된 롭 브라운 역시 첫 영화 출연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를 시기한 살리에르 역의 F 머레이 아브라함은 어린 제자의 천재성을 질투하는 오만한 작문교사로 등장해 천재와의 질긴 악연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자말이 포레스터의 문학적 유산을 계승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와 ‘홧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의 접속곡은 이 시대의 불우한 천재들에게 바치는 노래와 같다.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