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동굴벽화를 그린 때로부터 약 30만년동안 120억GB 분량의 정보를 만들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지난 한해 동안 생성된 정보량이 30억GB에 이릅니다.”
세계 최대 스토리지(정보저장장치) 업체 EMC의 마이클 룻거스 회장(58·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학의 조사자료를 인용하며 이야기를 열었다. ‘넘치는 정보’로 생산성과 효율성이 올라가기보다 자칫 감당하지 못해 ‘허우적거릴’ 지경인 셈.
“이제 경쟁력의 관건은 정보의 이동과 조직을 관리하는 ‘정보인프라(infostructure)’에 달려 있습니다. 스토리지에 투자하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많이 쌓아두는 ‘큰 창고’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정보를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죠.”
룻거스 회장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정보의 가치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인프라 등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정보인프라를 설명했다. 정보를 전략적으로 사용할 필요성이 커져 ‘돈을 어디에 두느냐’보다 ‘정보를 어디에 저장하느냐’가 중요해진다는 것.
데이더퀘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2004년까지 스토리지시장은 매년 평균 22.2%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장비 7.9%, 서버 6.2%, 개인용컴퓨터 5.9% 등 다른 정보기술(IT)분야 성장률보다 크게 높은 수치.
미국 IT산업에서 4대 리더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시장흐름을 읽기 위해 1년에평균 600명의 핵심고객을 만난다고 한다. 이번 방한 목적은 한국의 IT산업계를 둘러보고 투자분야를 찾기 위한 것.
룻거스 회장은 88년 수석부사장으로 EMC에 입사해 지난해까지 매출을 74배 키운 주인공. EMC는 현재 약 50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89억달러(약 10조원)와 18억달러(약 2조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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