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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뉴스]고대 총학 '35년 망명객' 송두율교수 귀국 추진

입력 | 2001-05-25 14:50:00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독일 뮌스터대학)교수의 귀국 추진에 대학생들이 나섰다.

고려대 총학생회(회장 김지은)는 오는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6·15 공동선언 1주년 기념 통일 대 토론회`에 35년째 국내에 귀국하지 못하고 있는 송교수를 초청한다.

고려대 총학생회측은 송교수의 귀국 실현을 위해 지난 22일 청와대로 '송두율 교수 귀국 건의서'를 우편으로 발송했다.

귀국건의서를 통해 "남북 정상이 만나고 비전향 장기수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마당에 해외 통일인사가 고향땅을 밟을 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민족화해와 평화정책을 위해서 송교수의 입국은 보장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고려대 총학생회 송교수 추진위원회 송범균(교육 4)군은 "송교수의 귀국을 위해 시민사회단체의 귀국 촉구 성명과 대국민 서명운동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송교수의 귀국이 좌절되면 인터넷 화상강연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전남대, 부산대 총학생회에서도 송교수 초청강연회를 추진했으나 당국의 준법서약서 요구로 무산됐다.

송교수는 지난해 5월 전남대학교 5·18연구소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와 지난해 7월 문익환목사 기념사업회의 '늦봄 통일상' 수상자로서 초청을 받았으나 국가정보원의 '준법서약서' 제출요구로 귀국을 포기했다.

송교수는 지난해 10월 서울대 문화관에서 '청년학생들에게 민족통일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제목의 영상강연을 한 바 있다.

송교수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독일 유학길에 올라 74년 재독 반유신단체인 '민주사회건설협의회' 초대의장을 맡았고 이른바 '동백림'(1967년 유학생 간첩단사건)으로 보안당국에 의해 반정부 인사로 분류됐다. 아래는 독일에서 송두율 교수님이 보내온 편지다.

"저의 귀국을 위해 애쓰시는 여러 분들께

역사적인 6·15남북공동선언이 머지않아 한 돌을 맞게 됩니다.

그러나 그 날의 감동은 이제 가시고, 또다시 그 자리를 불신과 갈등이 자리 잡고 있는 답답한 현실을 우리는 직시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까닭은 남북사회가 각각 안고있는 구조적 문제와 특히 부시행정부의 등장이후 조성된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국제적 갈등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세기 이상 걸쳐 지속된 냉전적 갈등의 내재화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얼마 전에 제 스스로도 직접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양자택일의 선택만을 강제하는 색깔논쟁은 통일의 대문을 활짝 열어야하는 우리들을 계속 어두운 무명의 세계 속에 감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답답한 이러한 현실을 혁파하기 위한 노력을 줄기차게 기우려오신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갈등보다는 화해를, 증오보다는 사랑을, 분열보다는 연대가 우리의 하나됨을 일구는 든든한 철학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귀중한 노력의 한 고리로서 저의 귀국문제를 항상 염려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이 지금까지 저에게 실로 말할 수 없는 희망과 힘을 주었습니다.

민족통일이 단순하게 과거에 있었던 고향의 복원이 아니라, 아무도 들어가 보지 못한 미래의 고향을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저의 미진한 힘이라도 보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시는 여러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그 날은 반드시 곧 온다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01년 5월 23일, 베를린에서 송두율"

(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