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여행을 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기내식. 지상 1만m 상공에서 받아드는 식사는 그 자체로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비행시간이 채 1시간도 안되는 국내선은 간단한 음료로 대신하는 것이 보통. 그러나 국제선은 비행시간에 따라 6시간이내는 한 번, 6∼12시간은 두 번, 12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에는 세 번의 기내식이 나온다. 두 차례 이상 기내식이 나오는 경우 첫 번째는 출발지, 두 번째부터는 도착지 식사시간에 맞춘다
▽선택의 폭〓좌석등급 및 노선에 따라 정규메뉴만 수백가지가 넘는다. 2∼3개월마다 메뉴를 바꾼다. 물론 일반석은 선택폭이 좁다. 미주노선의 경우 한식과 양식 중 택일하는 게 보통. 그러나 원가만 12만∼13만원 하는 1등석 기내식은 3∼4종에, 전채부터 후식까지 10개정도의 코스요리가 제공된다.
환자를 위한 건강식, 자장면 스파게티 등 아동식, 이슬람교도나 유대교 신자를 위한 모슬렘 밀, 코셔 밀 등 특별식도 30여종에 이른다. 특별식은 원칙적으로 예약할 때, 늦어도 출발 24시간 전에는 미리 주문해야 한다.
▽인기 메뉴〓단연 비빔밥. 주 재료가 야채여서 외국인들도 건강식으로 좋아한다. 대한항공은 식단의 70%를 비빔밥으로 준비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중에는 비빔밥 외에도 불갈비, 불고기, 냉면, 라면, 고추장, 수정과 등 한식이 인기. 복날을 전후해서는 삼계탕도 많이 찾는다. 두 항공사가 식단을 공급하는 국내취항 외국 항공사도 비슷하다. 한국 출발 노선의 경우 국내에서 만든 기내식을 싣기 때문이다.
1등석 인기 메뉴인 캐비아(철갑상어 알), 푸아그라(거위간 요리), 트러플(송로버섯) 등은 세계 3대 진미(珍味).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을 전후해선 칠면조요리도 선보인다.
대한항공(www.koreanair.co.kr), 아시아나항공(www.asianacatering.com)과 외국 항공사들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식단을 띄워놓고 있어 미리 훑어봐도 좋을 듯. 아시아나는 예약번호를 입력하면 자신이 탈 비행기의 메뉴를 상세히 볼 수 있다.
▽치열한 기내식 경쟁〓에어프랑스는 98년말 ‘천상의 요리사’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더 나은 기내식을 개발하기 위해 전문 요리사가 음식을 서빙하며 승객들의 입맛을 알아보는 것.
에어프랑스 기내식 자회사인 세르베르의 주방장 미셸 퀴삭은 “직접 나서기 전까지는 한국인들도 프랑스 사람들처럼 밥에 소금간을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메뉴개발도 볼 만하다. 대한항공은 올해부터 국제선 1등석에 산사춘, 백하주 등 5종류의 고급 전통주를 식전주와 반주로 내 놓고 있다. 또 국산 인삼을 사료로 닭을 길러 얻은 계란으로 오믈렛을 만들고 있다. 작년 말부터 동남아노선에 제공되는 누룽지탕, 김대중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먹었던 평양온반은 아시아나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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